한국은행, 과거정국 영향 분석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안은 역대 정부의 정치적 사건보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악재와 맞물려 ‘더블 쇼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 정치 불안이 저소득층 일자리 위협
분석 결과 6개 주요 정치적 사건이 발생한 뒤 6개월간 고용과 산업 활동, 민간소비가 일제히 위축됐다가 그 이후 점차 회복되는 ‘U자’형 패턴을 보였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고용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국내 취업자 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6대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6개월간 평균 2.1%를 나타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6개월간 평균 1.2%로 주저앉았다.
은퇴한 고령층이 몰려 있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많은 일용직 근로자가 받은 타격이 특히 컸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증가율은 0.7%에서 ―1.4%로, 임시일용직은 1.5%에서 ―1.2%로 각각 추락했다.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난 뒤에 전체 취업자 증가율은 1.9%로 그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임시일용직은 여전히 마이너스(―0.5%)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적 불안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이번 탄핵 정국 충격 더 클 수도”
정치 불안은 소비심리도 꽁꽁 얼렸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주요 정치 사건이 있기 전 평균 5.4%에서 이후 3.7%로 떨어졌다. 사건 발생 1년 뒤에도 증가율이 4.3%에 그쳐 회복세가 더뎠다. 가계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일자리가 흔들리면서 소비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정치적 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비스업 생산 평균 증가율은 사건 발생 이전(4.6%)과 이후(0.9%)가 큰 차이를 보였고 1년이 지나서도 1.6%에 그쳤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성 한은 과장은 “정치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민간소비와 관련이 깊은 음식·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업과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임시일용직이 더 큰 충격을 받고 회복도 느렸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