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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정유’ 전략… SK이노, 영업익 3조 첫 돌파

입력 | 2017-02-02 03:00:00

정유 4社 작년 역대 최대 실적 전망




 정유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인 총 8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등 공신은 정유가 아니라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사업인 것으로 분석돼 유가에 목매던 국내 정유업계가 체질 변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1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조2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역대 최대였던 2011년 2조8424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정유 및 유화 업계에서 연간 영업이익이 3조 원을 넘기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모두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 실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GS칼텍스는 2조900억 원, 에쓰오일은 1조7200억 원, 현대오일뱅크는 9700억 원 내외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바라보는 것은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 부문이 빛을 발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3분기(1∼9월)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1조575억 원)이 정유 부문(9725억 원)을 뛰어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5년간 울산과 중국 우한(武漢) 등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석유화학사업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4년엔 파라자일렌(PX) 생산 규모를 연간 280만 t으로 늘리면서 생산 규모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에서 6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에너지 업계에선 이젠 ‘정유업계’란 용어부터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유사들이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과실을 따먹으며 ‘에너지·화학사’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에서 정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62.4%에서 지난해(1∼9월) 40%대로 줄었다.

 정유업계에서는 올해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는 등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제 마진이 높게 유지되고 수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사들은 올해에도 석유화학 및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울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0년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달성하고 이 중 30% 이상을 비정유 부문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해 총 4조7890억 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복합단지(ODC)’를 짓고 있다.

 정유사들이 화학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1∼9월)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률은 정유사업은 4.6%였지만 화학사업은 18.1%로 훨씬 높았다. 그 덕분에 2011년 4%대였던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률도 지난해는 2배로 오른 8%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성장이 정체된 정유업을 벗어나 성장잠재력이 큰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