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선언]보수 표심 흡수한 황교안, 지지율 2위로 황교안 앞세워야 대선뒤 새누리 勢유지 朴정부 계승 이미지… 확장성 한계, ‘TK출신 개혁보수’ 유승민 뜰수도
일단 황 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의 ‘대체재’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은 ‘제로섬 게임’을 벌였다. 연령으론 60대 이상, 지역으론 TK(대구경북)에서 반 전 총장 대신 황 권한대행을 선호하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주자로 나서면 오히려 전통적 보수층의 결집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하며 보수보다는 중도 표심에 더 공을 들였다. 반면 황 권한대행은 공안 검사 출신으로 보수 색채가 뚜렷하다. 통합진보당 해산도 주도했다. 보수의 새 아이콘이 될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실제 이날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JTBC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12.1%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6.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 중도하차 이후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을 황 권한대행이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인사인 만큼 중도로의 확장성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보수층이 바른정당 주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유 의원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유 의원은 보수 진영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보수의 심장인 TK 출신이다. 이날 내일신문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범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14.7%로 반 전 총장(12.6%)과 황 권한대행(8.6%)을 모두 앞섰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보수 진영이 양분된 채 대선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요구하는 데는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향후 세력을 유지하려면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황교안 카드’가 필요하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한 인터넷TV 인터뷰에서 “정당은 신념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만들 수 있는 결사체”라며 ‘보수 둥지론’을 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대선에 패한 뒤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 재편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바른정당 역시 대선 승리보다는 개헌을 통한 연정에 무게를 두고 대선 정국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