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봤습니다, 프로야구 감독들의 ‘정유년 토정비결’
아마도 저 대사 때문이었을 겁니다.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들 정유년 토정비결이 궁금했던 건 말입니다. 제일 알고 싶었던 건 역시나 김성근 한화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 약 1만 원을 투자해 토정비결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김성근 감독의 생년월일을 입력했습니다.
“금년에는 혼자 독자적인 생각으로 일을 꾀하거나 경영하기보다 올바른 조력자를 만나 함께 일하는 것이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더군요. 이걸 확인한 순간 그가 전지훈련지인 일본으로 떠나면서 “작은 것부터 직접 챙기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신이 던진 질문과 거꾸로 가다니 역시 ‘야신’ 김성근 감독답네요.
가장 운세가 좋은 건 양상문 LG 감독이었습니다. “푸른 새가 소식을 전했다”, “귀인이 와서 돕는다”는 운세가 나왔습니다. 푸른색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던 차우찬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LG 선발 마운드에 합류한 게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금년의 수는 반드시 기쁜 일이 있으리라”고 확신했으니 제가 헛돈 쓴 게 아닌지는 올해 LG 성적을 보면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해 부진했던 롯데 조원우 감독도 운세가 좋습니다. “동풍에 얼음이 풀리고 마른나무가 봄을 만난다. 작게 가고 크게 오니 작은 것을 쌓아도 크게 성취한다.” 롯데는 최근 황재균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며 떠났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가 5년 만에 미국(동쪽)에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최하위 kt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도 미소 지을 만하네요. “업(業)을 고치거나 새로운 일로 전향하면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것”이라는데 마치 김진욱 감독이 지난해까지 TV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다가 올해 야구 현장에 복귀한 걸 꿰고 있었나 봅니다.
프로 사령탑 데뷔 시즌을 맞은 넥센 장정석 감독은 “겉으로는 없어 보이나 안으로는 풍족하리로다”라는 운세를 받아 들었습니다. 코칭스태프 경험이 없던 장 감독에게 우려의 눈길이 쏟아지는 것도 사실. 그래도 이 운세가 맞다면 넥센 팬들이 걱정할 일은 없을 겁니다.
거꾸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한 NC 김경문 감독은 운세가 가장 나빴습니다. 토정비결은 “반드시 마(魔)가 따르리라”고 하네요. 그래도 ‘행운과 불운은 늘 함께한다’는 뜻에서 행운의 숫자(7)와 불운의 숫자(4)를 합쳐 74를 등번호로 쓰는 김경문 감독은 이런 저주도 행운으로 바꾸는 데 도가 튼 사람입니다.
두산도 김태형 감독 토정비결만 보면 한국시리즈 3연패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귀하던 자가 우연한 기회에 도리어 천하게 되겠도다”, “동쪽에서 사람이 오겠으나 이로운 일은 없겠도다”. 지난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미국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올해는 기대만 못한 걸까요?
KIA 김기태 감독은 안방 승률이 걱정입니다. 김기태 감독은 올해 서남쪽을 조심해야 한다는데 KIA 연고지 광주는 한반도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은 기쁘고 한 번은 슬플 것”이라니 지난해 한 번 이기면 한 번은 꼭 졌던 KIA의 ‘5할 본능’이 올해도 되풀이될지 모릅니다.
새내기 사령탑인 삼성 김한수 감독 토정비결에는 “이름이 사방에 가득하여 알려졌지만 빈 주머니와 빈 상자같이 비었음을 유념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왕조’에서 선수들이 하나둘 떠나고 ‘속 빈 강정’이 되어가고 있는 삼성 구단 분위기를 조선 중기에 살았던 이지함 선생(토정비결 저자)은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