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선언]반기문, 참모들에 “말릴까봐 상의못해” 당대표들 예방일정 소화뒤 깜짝발표… “대선 불출마 번복할 가능성 없고 다른 정파 힘실어줄 계획도 없다”
정의당 대표 만난 직후 불출마 회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1일 오후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심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저와 헤어지자마자 대선 불출마 회견을 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밝힌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번복을) 재고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캠프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오후 9시 반경 서울 동작구 자택에 유순택 여사와 함께 들어서며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어떤 지도자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벽이 높았다. 내가 할 수 없다면 다른 분이 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다른 정파나 정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최측근 참모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였다. 이날 오전까지도 참모진은 ‘바른정당 입당’과 ‘독자세력 구축’이라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원로 멘토 그룹 중 한 명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30분 가까이 얘기를 나누고 오후 6시경 사무실을 나섰다. 반 전 총장은 지친 기색이었지만 표정은 오히려 홀가분해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일부 언론인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9시 반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소주를 몇 잔 곁들인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들과 맺은 인연, 유엔 사무총장 시절 추진했던 강도 높은 개혁 등을 거론하며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 의지를 밝히면서도 “지금 봐선 안 될 것 같지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반 전 총장은 새벽에 일어나 유 여사와 심각하게 논의한 뒤 발표문을 직접 썼다고 한다. 발표문이 나올 때까지 이도운 대변인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부터 기자회견 전까지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하는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이미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정치인 반기문’의 사실상 마지막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