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프라임-라이트닝 맥퀸-붕붕 인기 스타들의 배기가스 유감(遺憾)
지난달 31일 교통환경연구소의 연구관이 기자(맨 왼쪽)에게 경유차 배기가스를 분석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 영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영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사실 이런 취급을 당해도 싸긴 하다. 지난달 31일 나의 팬임을 자처하는 모 한국 기자가 교통환경연구소란 곳에서 직접 배기가스 실험을 한 사진을 보내왔는데, 경유차 배기구에 부착한 여과지는 원래 검은 종이였던 양 시커메졌다. 그 유명한 미세먼지(PM10)였다.
이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었다. 한국 기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질소산화물 배출 총량은 경유가 2억8470만 kg으로 휘발유(2200만 kg)의 약 13배였단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가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미세먼지가 전체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나오는 경유차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달아 10년 전 경유차들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휘발유차의 4배 수준이다. 지구인들을 위해 갖은 애를 썼는데, 경유차 탈을 썼단 이유로 괜한 미움을 사게 생겼다. 나도 애초에 범블비처럼 휘발유차로 변신할 걸 그랬다.
○ 애니메이션 ‘카’ 라이트닝 맥퀸
애니메이션 ‘카’의 라이트닝 맥퀸.
난 천재 레이싱카 라이트닝 맥퀸. 영화 ‘카2’에서 알리놀이란 대체연료를 먹고 달리려다 음모에 빠져 큰일 날 뻔하긴 했지만, 여전히 언제든 기회가 되면 휘발유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름 아닌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이다. 나도 친한 한국 기자가 있어 한국 환경부 조사를 인용하면, 휘발유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192g으로 전기차(94g)의 두 배에 이른단다. 경유차(189g)보다는 약간 많은 편이지만, 실상 연료소비효율 등을 감안하면 휘발유차가 같은 모델 경유차보다 20% 이상 더 배출한다고 하니 한국 정부가 한동안 ‘저탄소’ 명목으로 친(親)경유차 정책을 폈을 법하다.
주행 중인 경유차 배기구에 끼워놓은 여과지(오른쪽)와 깨끗한 여과지.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요즘 대세는 친환경인데 일류 스타인 내가 너무 유행에 뒤떨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오랜 후원사에는 미안하지만 이미지 탈색을 위해서라도 새로 친환경제품 업체 후원사를 구하든가 해야겠다.
TV 만화 ‘꼬마자동차 붕붕’의 붕붕.
라이트닝이라는 젊은 친구가 친환경연료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지금껏 만난 친환경차 후배들 가운데 썩 ‘대세’다 싶은 녀석은 없었다.
전기차를 볼까. 최근 이웃나라 한국은 1400만∼2300만 원 구매보조금에 1년 새 공공충전소를 2610곳까지 늘린다고 할 정도로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수가 부쩍 늘었을 때도 그대로 ‘친환경’일지 걱정이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 화력발전 중심인 한국 같은 나라에서 다른 의미로 대기오염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소차 역시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공해까지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액화석유가스(LPG)차는 경유 휘발유 같은 화석연료라 질소산화물 배출 등 환경오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액화천연가스(LNG)차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저 기술의 발전이 이런 단점들을 빠르게 극복하길 바랄 뿐이다. 뽀로로의 친구 ‘뚜뚜’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들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정말 꽃향기를 연료로 하는 내 후손도 나오지 않겠나. 옵 선생과 라이트닝, 함께 기다려보자고.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