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주목! 로컬 이슈]‘보’ 철거 논란…치수냐 수질개선이냐

입력 | 2017-02-02 03:00:00


유영환 경기 성남시 하천관리팀장(왼쪽)이 지난달 27일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미금보 앞에서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성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백로(白鷺)가 무리지어 날아올랐다. 갈대숲 곳곳에는 갈색 오리들이 숨바꼭질하듯 자리했다. 어느 철새도래지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 성남시를 가로지르는 도심하천 ‘탄천’ 이야기다. 한때 6급수까지 떨어졌던 수질이 2급수로 개선되면서, 수생태계가 복원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수질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것이 보(洑) 철거다. 보란 하천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둑을 쌓아 만든 저수시설을 뜻한다. 물길에 설치해 유속을 줄이고 강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로 쓰이기도 한다.


 탄천에는 16km 구간 내 무려 15개의 보가 있다. 유영환 성남시 하천관리팀장은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유속이 빨라 1990년대 콘크리트 보를 많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이 정체되면서 수질이 나빠졌다.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2014년 환경부 지원을 받아 보 한 곳을 철거했다. 대신 경사를 완만히 다지고 자연석을 깔아 유속을 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유속이 빨라진 데다 자연석이 천연 기포생성제 역할을 하면서 수질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나머지 보의 철거도 요구한다. 특히 가동보(수문이 달려 수위 조절이 가능한 보)인 ‘미금보’ 철거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시는 취수를 위해 어느 정도 담수량은 필요하고, 또 홍수와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물과 토사의 흐름을 늦추려면 보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절차 또한 복잡하다. 하천은 환경부 등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의 관리를 동시에 받는다. 탄천만 해도 보 하나 철거하자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과 경기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최종 결론까지 최소 2∼3년은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 철거로 인한 수질 개선 효과에는 시도 공감했다. 유 팀장은 “보 철거 얘기가 나왔을 때는 긴가민가 했는데, 직접 그 효과를 경험한 뒤 수질 개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국 보 시설물 수는 3만3852개. 이 중 17%(5857개)가 콘크리트 구조물이 깨지는 등 파손된 상태다. 환경운동연합은 1984∼2013년 사이 폐기된 3800개가 넘는 보가 미철거 상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미국은 하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에만 62개의 댐과 보를 철거했다. 하천이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며 자연스레 안정화 작업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