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
주점에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손질돼 나온 데친 새꼬막. 자연스럽게 막걸리 한잔이 떠오른다. 원래 익힌 꼬막은 미리 까두면 안 된다. 먹기 직전에 까서 촉촉한 꼬막살 맛을 즐겨야 한다. 얼쑤 제공
첫 ‘손님’은 꼬막이다. 꼬막은 2월에 가장 맛있다. 여름부터 영양을 비축하고 살을 찌워 겨울 끝물에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달달하고 깊은 피 맛이 나는 참꼬막, 핏물이 줄줄 새는 피꼬막,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새꼬막 등 종류가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꼬막은 영양가도 만점이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겨울철 원기 회복제로 손색이 없다. 시기를 놓치면 제대로 된 꼬막을 만나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꼬막, 놓치지 말자.》
핫 플레이스 5
꼬막전, 꼬막비빔밥, 꼬막탕, 꼬막회, 꼬막무침, 꼬막국, 꼬막정식….
○ 엄마밥상체험장
삼면이 바다인 전남 고흥에 자리 잡은 이곳은 갯벌 체험과 꼬막을 고르는 과정을 눈으로 본 뒤 꼬막 정식을 맛볼 수 있는 맛집이다. 새벽부터 어민들이 앞바다에서 잡아온 꼬막 중에서 아낙네들이 불량 꼬막을 솎아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밥상은 소탈하지만 맛과 정성이 엄마의 그것과 닮았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청정 갯벌에서 채취한 새꼬막과 직접 키운 유자, 텃밭의 채소로 꼬막 한상차림을 내놓는다. 고기 대신 꼬막을 하나하나 까서 튀김옷을 묻혀 튀긴 꼬막탕수육, 초고추장 양념을 더한 뒤 새콤달콤하게 무친 꼬막회무침, 특히 고흥의 특산물인 유자를 넣은 꼬막간장무침은 향긋하고 쫄깃해 밥맛을 더한다. 단체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전남 고흥군 대서면 동서로 925, 070-7768-1545. 꼬막한정식 1만5000원, 백반 8000원.
올해로 20년째 성업 중인 이곳은 최상급 생물(生物)을 취급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다. 전남 여자만의 참꼬막을 받아온다. 물때에 맞춰 들여오기에 판매가 불가능한 때도 있다. 1kg 단위로 한 접시 내어 주는데 뻘을 제거하면 760g 정도가 나온다. 여기서 먹는 참꼬막에는 알맹이가 없고 뻘만 가득 차 있을 때도 있다. 바로 자연에서 캐 왔다는 증거다. 꼬막 외에 전남 해남, 신안, 무안의 뻘에서 나온 자연산 세발낙지, 갓굴, 섭, 매생이 등을 취급한다.
매생이 떡꼬치도 재미있는 메뉴의 하나다. 맹물에 신안산 섭을 넣고 끓여 섭의 알맹이와 국물을 떠먹는다. 남은 뿌연 국물에 장흥산 매생이와 옆집서 사온 가래떡을 넣고 익힌 뒤 젓가락으로 가래떡을 꽂고 휙휙 돌리면 쫀득한 떡 표면에 매생이가 휘감긴다.
☞서울 마포구 삼개로 7-2, 02-712-1237, 벌교꼬막 1접시(760g) 4만8000원, 뚝배기낙지연포탕 2만5000원.
○ 남도포장마차
늦겨울부터 봄에는 새조개와 주꾸미 샤부샤부, 여름에는 짱뚱어탕, 가을에는 전어 등을 내놓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시장통이라서 그런지 가끔 ‘구수한’ 욕도 들린다.
☞서울 관악구 청룡2길 3, 02-871-9121. 벌교참꼬막 한 접시 2만 원.
○ 얼쑤
전국 방방곡곡의 지역 양조장을 다니며 명주를 일일이 테이스팅해 50여 종의 주류 리스트를 갖춘 한식 주점이다. 벌교산 꼬막찜과 궁합 맞는 술을 즐길 수 있다. 여주산 고구마로 빚은 국순당의 고구마소주 ‘려’, 해남 물과 쌀로 빚은 ‘해창 막걸리’ 등이 꼬막찜과 잘 어울린다. 꼬막같이 가벼운 해산물은 묵직한 고기류와도 조화를 이룬다. 고기가 생각난다면 이곳의 오겹보쌈이 제격이다.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136-3 2층, 02-333-8897. 벌교꼬막찜 2만 원(3, 4명 기준).
○ 수불
▲살짝 데친 꼬막과 제철 채소가 만난 꼬막비빔밥. 수불 제공
꼬막무침도 인기다. 된장, 들깻가루,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먹거나 사과, 마늘즙, 초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먹는 등 취향에 맞게 선택한다.
☞서울 서초구 서래로4, 02-3478-0886. 꼬막비빔밥 1만2000원, 꼬막장 1만4000원.
※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 꼬막 손질법, 서서히 익힌 뒤 잠깐 끓여야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참꼬막같이 귀한 꼬막은 회로 먹거나 살짝 데치기만 해도 훌륭한 애피타이저가 된다. 가정에서는 비브리오균 예방 등을 위해 입이 벌어질 때까지 과하게 삶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식감은 고무처럼 질겨지고 특유의 피 맛은 날아간다.
목포낙지의 최문갑 대표는 “꼬막도 생명이라 죽음 앞에서 보호 본능이 생긴다”라며 “꼬막의 생존본능을 이해해야 잘 데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팔팔 끓는 온도에서는 꼬막이 놀라 주둥아리를 굳게 닫는데, 이물질을 토해내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
우선 냄비의 물을 미지근한 온도로 맞춰 꼬막이 놀라지 않도록 안심시켜 이물질을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 이때 수저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한 방향으로 저으면 꼬막은 토해낸 이물질을 다시 먹지 않는다. 이물질을 다 뺐다 싶으면 온도를 급격히 90∼100도로 높여 잠깐 익혀 주면 꼬막은 놀라며 입을 닫고 죽는다.
익힌 꼬막은 미리 까두면 안 된다. 피와 살집이 굳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냄비의 잔열로 뜸을 들여야 꼬막 피의 맛이 보존된다.
잘 데쳐진 꼬막의 검은 엉덩이 부분을 꼬막 전용 따개나 티스푼으로 들어 돌리면 피가 가득 찬 꼬막의 탱탱한 속살이 드러난다. 이물질을 토해내고 죽은 꼬막은 달달하고 개운한 피 맛이 난다. 바다 향이 코끝에 느껴질 만큼 간기도 적당히 남아 있다.
꼬막은 채취부터 손질까지 모두 만만치 않다. 새삼스럽게 이 과정이 귀하게 느껴진다.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