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硏, 1028명 분석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내놓았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 1028명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소비 행태, 경기 인식 등을 설문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 “최소 100억 원 있어야 부자”
부자들은 아들 결혼에 7억4000만 원, 딸 결혼에 6억2000만 원의 비용을 들였다. 신혼집 마련 부담이 늘면서 부자들이 자녀 결혼에 쏟아붓는 비용도 2013년 조사 때보다 2억∼3억 원 뛰었다.
최근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 부자들도 올해 의류 구입비(―24.0%) 외식비(―21.6%) 등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그 대신 문화·레저(32.5%) 연금·사회보험(16.0%) 의료비(15.8%) 등 여가 활동이나 노후, 건강을 위한 돈은 아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 부자 절반 이상 “부동산 침체”
부자들이 진단한 한국 경제의 전망은 더 어두웠다. 응답자의 42%는 앞으로 5년간 실물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조사 때는 침체 전망 응답이 26%에 불과했다. 특히 부자의 절반 이상(56%)은 부동산 시장이 5년간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또한 2년 전 조사(34%)보다 크게 늘었다.
부자들은 올해 금융투자 1순위로 ‘중수익 중위험’ 대표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신탁(ELT)을 꼽았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단기 금융상품과 만기 1년 이상의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부자도 크게 늘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단기 상품에 머물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거나 안전한 예금에 돈을 묻어두려는 부자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상속·증여 수단으로는 부동산을 가장 선호했다. 부동산 침체로 집값이 떨어졌을 때 상속, 증여한 뒤 나중에 자산이 오르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손자, 손녀에게 증여하겠다는 부자도 39%나 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