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은 ‘심플함’이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997년 애플 CEO로 복귀한 이후 조직의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했다. 한때 20여 종에 달했던 제품군도 개인용, 전문가용, 노트북, 데스크톱 등 4가지로 축소했다. 특히 애플의 심플한 디자인은 애플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잡스의 ‘심플 경영’은 애플을 경쟁사들로부터 차별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만들어 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는 동력이 됐다.
그러나 애플의 성공 이후에도 대다수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복잡하고 조직은 비대하다. 특히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기업 CEO들은 회사가 클수록 경영시스템을 단순화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신간 ‘싱크 심플’(문학동네)의 저자인 켄 시걸은 기업들이 심플함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큰 기업일수로 확실한 데이터 없이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잡스와 함께 애플의 광고와 마케팅을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저자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의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사고하라’ ‘마케팅·조직·승인절차를 간소화하라’ 등 심플 경영의 원칙들을 소개한다. 단순함은 △조직의 성장을 막는 ‘복잡함’이란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게 돕고 △직원들이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게 하며 △오래 지속되는 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동력이다. 이런 단순함을 추구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한 기업을 보다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강철 같은 투지, 가차 없는 추진력, 마라톤을 하는 것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