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후 양국관계 급랭… 美, 사우디와 공조는 다시 강화 친이스라엘 정책도 또다른 변수
지난해 공화당 경선 때부터 이란 핵 합의를 폐기 또는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는 최근 이란을 ‘반(反)이민 행정명령’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은 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일 “비정상적인 사람(트럼프 대통령)이 위선의 가면을 벗고 미국의 본심을 드러냈다”며 “나라 사이에 벽을 쌓아 사람들이 못 드나들게 하는 건 초보 정치인이 흔히 하는 일”이라고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이틀 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 겸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양국은 이란의 지역 안정을 해치는 내정 간섭과 수상한 활동에 공동 대응하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도 이란을 마음대로 내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핵심 우방들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이란 핵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란은 트럼프가 ‘완전히 없애겠다’고 밝힌 이슬람국가(IS)와 적대적이고, 국제테러를 일으킨 적이 없다.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도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와 정상화는 호재다.
미국이 사우디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2001년 9·11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라덴은 물론이고 당시 테러에 가담했던 테러범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출신이다. 뿌리 깊은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와하비즘) 등 반서구 세력을 사우디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면서도 안보 비용을 적극 부담하지 않고, 대미국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불만거리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인정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도 사우디와의 밀월관계를 막는다. 인 교수는 “친이스라엘, 반팔레스타인 정책을 아랍권이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미-사우디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