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수용 협정 준수 묻자 ‘버럭’… “최악 통화” 내뱉고 일방적 끊어 멕시코 대통령에도 거친말 구설
“지금까지 내가 한 통화 중 최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통화에서 “오늘 당신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 4명과 통화했다”며 이렇게 막말을 내뱉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미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화 중 불쾌해진 트럼프는 1시간가량으로 예정됐던 통화를 25분 만에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통화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호주 정부와 체결한 난민 상호교환 협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턴불 총리가 협정 준수를 확인받으려 하자 트럼프는 “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또 “(호주가 미국으로) 또 다른 보스턴 테러범을 수출하려 하고 있다. 이는 나를 정치적으로 죽이는 일이니 안 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는 국경장벽 건설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 중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도 거친 말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이 2일 입수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거기엔 ‘나쁜 놈들’(Bad hombres·배드 옴브레스)이 많다. 당신네 군대가 겁을 먹은 것 같다. 우리 군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옴브레스는 사람들 또는 남자들이란 뜻의 스페인어다.
백악관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멕시코 외교부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멕시코에선 “트럼프가 우리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줬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