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박병호가 출국에 앞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부상으로 귀국한 뒤 재활을 거쳐 미네소타 전지훈련지인 플로리다로 합류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미네소타 박병호(31)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미완으로 끝난 첫 번째 도전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박병호가 2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병호는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도전했었다. 받아든 성적(215타수 41안타,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에 많이 실망했다. 올해 입지는 더 힘들어졌다. 같은 도전이지만 더 힘겨울 듯하다. 그러나 도전할 마음은 되어있다”고 출사표를 꺼냈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박병호가 찾은 것은 ‘해답’일까?
메이저리그 첫 도전이었던 2016년 박병호는 극단적으로 ‘417’이라는 좋은 숫자와 ‘0.050’이라는 나쁜 숫자를 남겼다. ‘417(피트)’은 박병호의 평균 홈런비거리(ESPN 홈런트래커 기준 약 142m, 10홈런 이상 타자 중 메이저리그 전체 4위)였고. ‘0.050’은 시속 95마일(약 153㎞) 이상 강속구를 쳤을 때, 타율(20타수 1홈런)이었다. 한마디로 맞으면 넘어갈 파워는 미국에서도 입증한 반면, 빠른 공에 속수무책이라는 과제도 남긴 것이다. 박병호는 총 215타수에서 80삼진을 당했다.
2016시즌 슬럼프 와중에는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손목마저 정상이 아니라 할 수 없었는데, 수술 직후부터 생각한 변화였다. 아직 실제 95마일 강속구를 상대로 새 타격폼이 통할지 알 수 없기에 박병호는 “도전”을 낙관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에는 (포스팅 금액만 1285만 달러에 달한 투자를 받은 선수여서)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죽기 살기로” 달려들 것을 선언했다. “1루수가 됐든, 지명타자가 됐든 (구체적 홈런 숫자가 아니라) 주전 뛰는 것이 목표다. 케니 바르가스와 경쟁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섣불리 박병호를 비관할 수 없는 긍정의 징표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2일 박병호의 2016시즌에 관해 “헛스윙 비율은 15%로 꼴찌에서 7번째였다”와 “스캣캐스트가 측정한 타구당 ‘정타(barrels, 타구 속도와 각도에서 이상적인 타구)’ 비율에서 18.7%를 기록해 개리 산체스(뉴욕 양키스, 18.8%)에 이어 전체 2위였다”라는 상반된 데이터를 소개했다. 요약하면 ‘잘 안 맞아서 그렇지, 일단 걸리면 제대로 힘을 싣는다’는 얘기다.
스탯캐스트의 또 다른 의미 있는 지표는 박병호의 타구 평균속도인데 97.2마일(약 156.5㎞)로 데이비드 오티스(전 보스턴·97.3마일),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97.4마일)에 필적하는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이었다. 홈페이지는 박병호처럼 데뷔 첫해 헛스윙과 삼진이 많았었지만 2년차부터 극복한 사례로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삼진율 30.6%→22%)와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29.9%→22.1%)를 꼽았다. 박병호 역시 어떤 모멘텀이 마련된다면 이들의 선례를 따라갈 수 있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과 에릭 테임즈(밀워키)의 메이저리그 가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승선 불발 등, 박병호를 둘러싼 외부 요인들에는 말을 아꼈다. 일단은 자신의 야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