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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며 카지노 게임… 사행심 부추기는 대학가 술집

입력 | 2017-02-03 03:00:00

입장료-술값 내고 받은 칩으로 블랙잭-바카라-룰렛 등 게임
“여기서 도박배워 강원랜드 가야죠”… 한달 동안 100만원 넘게 쓰기도




1월 31일 서울 신촌의 한 술집에서 손님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카지노에서 하는 도박인 블랙잭과 바카라 룰렛 홀덤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한 달 동안 100만 원을 넘게 썼어요.”

 대학원생 우모 씨(29)가 허탈하게 말했다. 우 씨는 최근 용돈은 물론이고 친구한테 빌린 돈까지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술값으로 썼다. 그가 찾은 술집은 평범한 곳이 아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강원랜드처럼 블랙잭 바카라 룰렛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카지노 술집’이다. 우 씨는 “칩으로 게임을 하고 번듯한 딜러까지 있어 진짜 카지노 같았다”며 “너무 재미있어 도박에 중독된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이다”라고 푸념했다. 지난해부터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술집이 서울 강남과 신촌 등 전국적으로 10곳가량 성업 중이다. 현금으로 직접 칩을 사고팔지는 않지만 사행성을 조장하는 건 카지노와 다를 바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비싼 양주 살수록 고액 칩 제공

 서울 신촌의 고층건물에 있는 한 술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지노 딜러 차림의 직원이 손님을 맞았다. 한가운데에는 카지노에서 보던 커다란 룰렛 테이블이 있었다. 양쪽에서는 카드를 이용한 바카라와 블랙잭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1인당 입장료는 1만 원. 돈을 내면 1000원짜리 칩 10개를 준다. 게임을 즐기는 건 카지노와 똑같다. 테이블에 앉아 딜러의 안내대로 블랙잭이든 바카라든 게임을 하면 된다. 칩 10개로는 10분을 버티기 힘들다. 이때는 추가로 술이나 안주를 주문하면 칩을 받을 수 있다. 양주처럼 비싼 술일수록 칩을 많이 받는다. 각 테이블에는 칩을 많이 얻으려 양주를 주문한 고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현금으로 칩을 사고파는 건 아니라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것까지 막지 않는다. 손님들끼리 몰래 현금으로 칩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손님 A 씨는 “실력 있는 친구가 칩을 딴 다음 주변에 몰래 팔기도 한다”며 “칩을 팔아 10만 원을 번 사람도 봤다”고 귀띔했다.

 카지노 술집 중에는 딜러들이 아예 현금 베팅을 권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찾은 한 술집에서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딜러들이 돌아다니며 현금 2만 원씩을 걸고 하는 ‘인디언 포커’ 게임에 참여하라고 손님들을 모았다. 참가자 6명이 모이면 12만 원을 걸고 하는 이 게임의 승자에게는 양주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 도박 배우는 카지노 술집

 손님 가운데 상당수는 강원랜드에 출입한 경험이 있었다. 40대 회사원 B 씨는 “한국은 내국인이 갈 수 있는 합법 카지노가 시골구석에 하나 있는 것 아니냐”며 “평일에 정선까지 가기 힘드니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신촌의 술집은 대학가인 만큼 20대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한 대학생은 “이곳에서 도박을 배워 강원랜드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서 젊은층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서울 강남의 한 술집 직원에 따르면 “일주일에 300명가량이 찾는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의 술집이 늘어나면 잠재적 도박중독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실제 도박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놀이처럼 할 수 있겠지만 돈거래를 하게 되면 도박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