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이후 구도 요동… 단순한 정권교체 주장 힘 못받아 청년 일자리 등 ‘미래’ 얘기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대선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1차적으로는 야권의 ‘정권교체’ 프레임이 반 전 총장이 내세운 ‘정치교체’를 링 밖으로 밀어낸 모양새다. 친문(친문재인)-친박(친박근혜) 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빅텐트’ 아래 뭉친다는 제3지대론도 보수 진영 유력 주자의 소멸로 파괴력을 잃었다.
하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프레임 전쟁’에서 정권교체의 주목도는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의 역동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얘기다. 루키(신인 선수)들이 얼마나 새로운 프레임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대중의 관심이 옮겨갈 여지가 커진 셈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학)는 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약진한 건 그의 개인기라기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대중은 정권교체 이외의 프레임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반 전 총장을 지지해 온 중도보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중원 전쟁’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원 전쟁의 타깃 세대는 50대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50대는 사회 문제에 진보적이면서도 경제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여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권교체 프레임 이후 부상할 수 있는 ‘세대교체론’과 맞닿아 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내려면 통치 양식이 달라져야 한다”며 “과거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려면 50대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탄핵 촛불 민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정국이 청년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논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 대선 정국은 또 한 번 요동칠 수 있다. 위기감이 높아진 보수 진영의 결집 여부가 관건이다. 대선 출마를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논란도 극대화할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보수대통합’과 종북 좌파를 뺀 보수 진보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국민대통합’ 주장이 반 전 총장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대선 지형의 역동성이 커진 만큼 정치 불안정성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