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외계인과 ‘通’하라… 문라이트, 가슴으로 쓴 성장기

세계 각국 영화제서 찬사 쏟아진 ‘컨택트’ ‘문라이트’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컨택트’에서 언어학자 루이스가 외계생명체와 소통을 시도하는 장면(첫번째 사진), 흑인 꼬마의 성장기를 담은 ‘문라이트’ 속 한 장면. UPI코리아·영화사 오드 제공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 52개 시상식에서 29개 상을 받은 ‘컨택트’(2일 개봉)와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56개 시상식에서 152관왕을 차지한 ‘문라이트’(22일 개봉)다. 마침 두 작품은 이달 말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각각 8개 부문에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　SF 아닌 SF 영화

　　‘컨택트’는 기존 공상과학(SF) 영화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지구 곳곳으로 날아든 12개의 거대한 괴물체 ‘쉘’과 다리가 7개 달린 외계생명체 ‘헵타포드’….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외계 존재의 출현에 우왕좌왕한다. 여기까진 다른 SF 영화들과 별다를 것 없는 설정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걷는다. 그들을 ‘어떻게 무찌를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다. 주인공인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러미 레너)이 외계 존재 앞에서 꺼내든 건 무기가 아닌 ‘칠판’이다. 기초 단어부터 가르쳐가며 그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루이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각자의 방식을 고집하며 소통의 끈을 잘라버리는 영화 속 세계 각국의 모습과 대비되며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는 ‘지구에서 8월 32일’(1998년)로 데뷔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년)를 선보인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SF 작가’로 꼽히는 미국의 젊은 작가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가 원작이다. SF 장르가 무색하게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나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없지만 그래서 더 참신하다. ‘이렇게도 SF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증명하는 듯하다. 2일 개봉. ★★★☆(별 다섯 개 만점)

○　흑인 아닌 인간의 이야기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나고 자란 흑인 샤이론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유약했던 꼬마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을 순차적으로 담았다. 샤이론은 흑인 사회에서도 또 소외된 인물이다. 유약한 몸과 성격 탓에 늘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런 샤이론의 성장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약물중독자 홀어머니와 외톨이였던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준 마약거래상 후안, 유일한 친구이자 동시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또래 케빈까지…. 샤이론의 삶엔 살면서 관계 맺은 모든 이의 흔적이 어떤 식으로든 남아 있다. 지우고 싶어도 쉬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영화 속 그의 삶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이야기이자 내 주변인들의 이야기처럼 와 닿는다.

　영화는 배리 젱킨스 감독의 작품이다. 전미비평가협회 사상 흑인 감독으로는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고, 유색인종에 인색한 아카데미에서 흑인 최초로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세 배우(앨릭스 히버트, 애슈턴 샌더스, 트레밴트 로즈)가 샤이론의 성장기를 단계별로 연기했지만 섬세하고 일관된 감정 연기로 마치 한 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하다. 22일 개봉.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