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노르딕 복합 올림픽 출전 박제언과 박기호 감독
노르딕 복합 국가대표 박제언에게 평창이란 자신의 고향이자 국내 첫 올림픽 출전 노르딕 복합 선수의 꿈을 이루게 해줄 무대다. 노르딕 복합의 구성 종목 가운데 하나인 스키점프 훈련 도중 공중을 날고 있는 박제언. 두번째 사진은 박제언(위)과 아버지 박기호 노르딕 복합 대표팀 감독.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6년 출전한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선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운동 DNA를 빼다 박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아버지 박 감독은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로 두 차례(1984, 1988년)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어머니(김영숙)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하키 은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맛봤다. 4관왕을 차지한 한 살 터울 동생 박제윤과 그해 전국겨울체육대회 공동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제언은 “2014년 겨울올림픽이 평창에서 유치되면 동생과 사이좋게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고향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은 생각보다 4년 늦어졌지만 그 무대를 향한 꿈만은 그대로였다. 2일 평창에서 만난 박제언은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했다. 고향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메달권에 진입하고 싶다”며 11년 전과 같은 꿈을 말했다.
아들 역시 아버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아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던 박 감독 역시 본격적인 조력자가 되기 위해 2015년 감독으로 노르딕 복합 대표팀에 합류했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박제언에게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서였다.
아버지와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하는 게 불편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박제언은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라면서 웃으며 말문을 뗀 뒤 “(노르딕 복합) 선배들이 따로 없다 보니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데 아버지와 이야기하면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대표팀이라고 굳이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쓰진 않는다. 주위에 또래 선수들이 있으면 경쟁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 텐데 주위에 감독과 코치밖에 없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마냥 살갑지 못하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여전히 높은 세계의 벽을 향한 부자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아직 세계적 수준과는 차이가 있지만 박제언은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대륙간컵에서 6위를 하는 등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단계다. 지난해 6월에는 스키점프 노하우를 익히기 위해 국가대표 출신 강칠구 코치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4, 5일 평창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을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박제언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면 나도 모르는 힘이 솟아난다. 미래 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 평창 때까지 열심히 하나하나 채워갈 수 있게끔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를 함께 치르는 경기.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겨울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자 경기만 치른다. 개인 노멀힐, 개인 라지힐, 단체전 등 세부 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을 가린다. 스키점프 점수에 따라 크로스 컨트리(개인 10km, 단체전은 4명이 5km씩) 출발 시간 차이를 둔다. 개인전은 1점당 4초, 단체전은 1점당 1.33초씩 늦게 출발한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