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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입국 심사 때 종교 검증” 논란

입력 | 2017-02-03 20:29: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국 심사 때 종교 검증 도입과 교회의 정치활동 허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슬림을 배척하고 미국의 보수 기독교단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종교적 국수주의'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교(正敎) 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은 종교 및 개인의 자유라는 우리의 가치를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만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신념과 가치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외국인에 한해서만 입국을 허용하면서 알라를 유일신으로 섬기는 이슬람 신도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또 "미국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국가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교회와 같은 비영리단체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는 대신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존슨 수정조항'을 완전히 폐기하고 우리 신앙의 대표자(목사)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수정조항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이던 1954년 제정한 세법 조항으로, 교회를 비롯해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모든 비정부기관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정교분리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폐기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후보시절 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해 미국 잡지 애틀랜틱은 "트럼프가 종교적 국수주의 비전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존슨 수정조항 폐지는 국민이 교회에 낸 헌금이 정치후원금으로 사용되는 등 미국 정치와 종교계를 모두 부패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는 개인이나 기관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특정인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도 준비 중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식당 등에서 '동성애자 출입금지'를 내세워 고객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여러 가지 구상들이 있지만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발표도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행정명령이 당장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