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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서 멈춘’ 강남재건축… 고? 스톱? 딜레마

입력 | 2017-02-04 03:00:00

50층 추진 잠실 5단지 제동 후폭풍




 서울시가 35층보다 높게 아파트를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에 잇따라 어깃장을 놓으면서 재건축 시장의 판도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층수를 40∼50층으로 높여 사업성을 키우려던 재건축 조합들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내년에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 송파구 잠실, 강남구 대치동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35층 주의보’의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급매물이 늘어나는 등 시장 변화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심의를 보류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는 2014년 5월부터 시행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이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을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보류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3일 잠실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 인근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당장 호가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변경된 계획안이 나오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4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모두 관망세를 보여 오늘 단 한 건의 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 부활할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재건축 조합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으로 이익이 크게 발생할 경우 국가가 이를 환수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 이익금의 10∼5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정복문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려면 서울시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최고 49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기존 계획안을 고치려면 다시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사업이 늦춰질 수밖에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의 35층 제한을 받아들인 재건축 단지들은 잇달아 승인을 받으면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1일 심의가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14차 아파트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고 층수를 34층으로 하는 계획안을 제출해 용적률 심의를 통과했다. 50층을 고수하던 반포주공1단지 역시 최고 35층으로 계획을 변경해 지난달 사실상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35층 제한을 고수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5층 규제는 법정 최고 계획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다른 단지와의 형평성 때문에라도 35층 제한은 없앨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추가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값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11주 연속 하락하다가 최근 급매물이 거래되며 보합세로 전환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번 심의 결과로 향후 시장 가격이 전반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