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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심상찮은 트럼프의 對北압박에 준비돼 있나

입력 | 2017-02-04 00:00:00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어제 “한미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축”이라며 “어떤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순방지역으로 한국을 방문한 매티스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계획대로 배치할 것을 재확인했다. 매티스 장관이 한미동맹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뜻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국제사회와 동맹관계를 흔들면서도 한미동맹은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북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 행정부와 의회에선 대북 선제타격은 물론이고 북한 정권의 교체나 김정은 암살까지 거론되고 있다.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 공습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전면전 발발과 한국이 입을 막대한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은 일이 있다고 이번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기엔 매파 일색인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태 지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도 외교적, 경제적 마찰을 불사할 태세다. 매티스 장관이 한국에 이어 일본을 찾은 것도 한반도를 넘어 대중(對中) 견제를 논의하는 포석이다. 당장 중국 환추시보는 “한국이 미국의 바둑알로 전락했다”고 황당한 트집을 잡았다. 김정은의 예고대로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할 경우 미국이 요격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가 순식간에 격랑에 휩쓸릴 수도 있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건만 정치권은 온통 대선 놀음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하다. 야권에선 사드 배치 등 민감한 현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일반 국민의 안보 인식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순간적으로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지만 빠르게 평상시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한반도 운명이 달라지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