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투자유치 노골적 압박]트럼프, 한국기업 이름 첫 거론 ‘美에 공장’ 외신에 환영 글 올리자… 삼성 “LA 세탁기 공장 증설 논의” LG도 가전공장 후보지 물색 나서… 산업계 “對美 협상전략 정비 시급”
삼성전자의 미국 가전공장 건설 가능성을 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직접 올린 ‘친절한 듯 살벌한’ 문장 두 개에 삼성전자가 바짝 긴장했다. 그동안 미국 내 공장 증설 및 신설 방안을 계속 검토해온 삼성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에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건설할 것이란 외신 기사 링크와 함께 이 같은 코멘트를 남겼다. 그동안 미국 내 공장 및 일자리 유치를 위해 애플과 도요타 등 자국 내외 기업들을 압박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와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을 주로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관세가 없고 미국 국경 인근이라 물류 이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0%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선언한 뒤로 비상이 걸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국가 간 관세는 일반적으로 한 자릿수 개념이었기 때문에 20%는 정말 충격적인 숫자”라고 했다.
그렇다고 중국 등 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LG전자 세탁기가 월풀 등 미국 업체에 피해를 입혔다며 최종 덤핑 판정을 내렸다. 나날이 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보더라도 미국 내에서 생산을 강행해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 등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제품 매출의 30%를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LG전자도 미국 테네시 주 등 한두 지역을 가전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계 일각에선 ‘한국 대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은 거세지는데 탄핵 국면 속 한국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이 정비되지 않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란 해석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