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회담]한민구-매티스 ‘강력한 동맹’ 재확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하자 국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 중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자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안보분담 요구를 늘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실제 매티스 장관의 방한에서는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다독이기’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매티스 장관이 향후 한반도 방어와 역내 안보문제에 한국의 참여와 역할 확대를 시사한 대목도 방한 행보 곳곳에서 발견된다.
○ 북 핵·미사일 대응 등 강력한 동맹 재확인
군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은 미국이 핵과 재래식무기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의 핵 공격을 저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대북 경고 차원에서 다음 달 시작되는 키리졸브(KR)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예년보다 강화해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항모(航母)전단이나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가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차질 없는 배치 방침도 재확인했다. 특히 매티스 장관이 사드는 오로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강조한 것은 한국을 향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방위비분담금 등 민감한 이슈는 넘겼지만…
매티스 장관은 회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SMA)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트럼프 행정부와 역내 핵심 동맹국과의 ‘상견례’이자 동맹 결속의 ‘세리머니’로 봐야 한다”며 “민감한 현안을 다루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이 갖춰지고, 대북정책 방향이 잡히면 미국의 동맹분담 증가 요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성공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루비콘 강’을 건널 경우 한국에 더 많은 ‘안보책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방위비분담금 증액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요청이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 대중(對中) 견제 한미일 3각 동맹 강조
전문가들은 매티스 장관의 이번 방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대중 전략의 선제 포석으로 분석한다. 사드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국 동맹’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매티스 장관이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일본과의 3자 협력 기회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역내 ‘3각 동맹’을 대중국 전략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당국자는 “향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충돌이 격화하면 한국이 더 깊은 ‘안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