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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박한규]사람도 말도 이제는 제주로 갈까?

입력 | 2017-02-04 03:00:00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풀과 들판이 많은 제주도로 말을 보내는 이유는 쉽게 이해되지만, 사람을 서울로 보내는 이유는 좀 복합적이지 싶다. 넓은 세상에서 견문을 넓히라거나, 사람이 많고 유동성이 넘치는 곳에서 기회를 잡으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우리는 한동안 서울로 엄청나게 모여들었다.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무작정 상경’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불문곡직 서울로 향하는 일이 세상살이 덕목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1990년을 정점으로 서울 인구는 27년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고 2016년에는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도 줄기 시작하는 등 큰 흐름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오글오글 모여 살고 있으니 이 극심한 편중 현상은 아직도 요원한 과제이다.

 나는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에 살다 가족과 함께 이주해 왔으니 수도권 집중화 해소를 목적으로 한 혁신도시 정책의 성공 모델인 셈이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도 있고 해서 이주할 때 서울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가족과 의논한 적도 없으니 어쩌면 막연한 소망 수준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나의 이 ‘막연한 소망’을 실행에 옮긴 가까운 지인들이 좀 있다. 한 지인은 15년 전 농가를 구입해서 짬날 때마다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다 결국 어엿한 저택(?)을 마련한 선배와 산과 들, 바다, 강 같은 주변 환경을 중심으로 위치를 물색했다. 그 결과 지리산 건너편 산중턱으로 단신 이주한 후 지금은 예상과 달리 부부가 함께 생활비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육종(育種)에 뜻을 두고 2년 정도 이곳저곳에서 기술을 익힌 한 후배는 작년 말 충북 옥천군에 농가와 농지를 임차해 놓고 이제 본격 농촌 생활을 시작할 태세다.

 김천혁신도시에도 모범 사례가 하나 생기고 있다.

 이른바 ‘도공촌(道公村) 건설 사업’. 이곳으로 이전한 한국도로공사를 주축으로 교통안전공단과 김천시청 직원 등 160명으로 구성된 조합이 18만 m²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9년 주택 완공이 목표인데 정부에서 36억 원을 들여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지원해 준다. 박수 받을 만한 시도다.

 2014년 조사 결과, 살고 싶은 도시 선호도에서 16%로 서울이 여전히 1위를 지켰지만 10년 전 대비 6%포인트나 낮아졌다. 2위는 13%로 제주인데 10년 전 대비 7%나 크게 높아진 수치라 한다. 이제 말도 사람도 제주로 몰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박한규
 
※필자(55)는 서울에서 공무원, 외국 회사 임원으로 일하다 경북 김천으로 가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