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기 노골적인 친(親) 러시아, 친 이스라엘, 반(反) 이란 행보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방향에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신규 정착촌 건설이나 기존 정착촌 확대는 (중동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지난주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주택 2500채 건설을 승인하며 강경책을 예고한 이스라엘 정부에 자제를 요청했다.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행보는 큰 반전이다. 지난해 12월 말 유엔 안보리가 팔레스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트럼프는 이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오바마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의 등장을 마음껏 정착촌을 건설해도 괜찮다는 사실상의 '그린라이트'로 여겼다.
트럼프측은 지난달 말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와 관련해 3일 공식 제재에 착수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후속조치로 개인 13명과 단체 12곳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이미 미국이 추가 제재를 하면 핵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NYT는 이 같은 제재방안 발표를 앞두고 "약 1년 전 오바마가 부과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라며 "(트럼프의) 신랄한 비판에도 백악관이 핵합의 자체를 엎겠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