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출신 대통령 나오나 했는데”… 충북 주민들 “안타깝고 당혹스러워” “보수층, 새후보 찾아내란 주문 많아”… 일부는 안희정 충남지사로 표심 이동 막판까지 후보군 놓고 저울질 전망
반 전 총장을 지지했다는 이우정 씨(69·대전)는 3일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제 이 씨와 같은 반 전 총장 지지층은 어디로 향할까. 이 씨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좀 쏠릴 수 있것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얘기도 나오는데, (출마 여부가) 엉거주춤한 상태 아니여. 그래서 아직은 무르익을 때가 아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충청도 사람들이) 누구든 (충청 민심을 대변할 대통령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우리가 ‘핫바지’는 아니잖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로 격랑에 휩싸인 충청 민심을 살펴봤다.
충북 청주에 사는 조성준 씨(76)는 “모처럼 충청권에서 인물이 나와 대선에 도전한다니 기대가 컸다”며 “그런데 갑자기 중도 포기를 해 지금도 서운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건설업을 하는 손모 씨(46·충북 청주)도 “반 전 총장이 10년간 전 세계 정상들과 만나고 각종 현안을 해결하며 쌓은 노하우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정세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을 원내에서 지원하기 위해 이번 주말 동반 탈당을 계획했던 새누리당 충북 지역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들은 민심도 “비통하다” “당혹스럽다” “허탈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대전, 충남 민심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 민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충남 청양에 사는 명순도 씨(57)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온 반 전 총장이 국내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애초 환영받지 못할 일이었다. (사퇴한 것은)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지은 씨(26·여)도 “그야말로 정치 초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과 무관하게 ‘충청도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자부심은 여전히 컸다. 충청 출신 한 의원은 “역대 대선에서 늘 충청도가 힘을 실어준 후보가 당선됐다”며 “이번에도 충청 민심은 누가 충청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마지막까지 후보들을 저울질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 흩어진 충청 표심 누구에게로 향할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1차 수혜자는 같은 충청 출신 대선 주자인 안 지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도종환 의원(충북 청주흥덕)은 “일단 안 지사에게 플러스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도 의원은 “(충청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반 전 총장 불출마로 확 늘어나진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 지사에게로 ‘충청대망론’의 기대감이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충청의 보수층이 안 지사에게 마음을 열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지역에선) 반 전 총장을 대신해 보수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후보를 빨리 좀 찾아내라는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도 “안 지사에게 민심이 일시적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냉정을 되찾으면 충청 민심이 특정인을 밀기 위해 한쪽으로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분도 많고,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보수적인 분들은 누구를 찍어야 할지 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2차 탈당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새누리당에서는 이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충청 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내분 추스르기’에 나섰다. 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위로하며 “빨리 보수의 구심점을 찾아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 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유로 자신의 ‘낙상주의’ 발언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한 라디오에서 “패장은 유구무언이다. 회고록에나 써야 될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송찬욱 song@donga.com / 대전=이기진 / 청주=장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