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리언 레더먼, 딕 테레시 지음/박병철 옮김/736쪽·3만 원·휴머니스트
리언 레더먼이 소장으로 있던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가속기 테바트론은 2011년 가동이 중단됐다. 힉스 입자(신의 입자)는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그 존재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동아일보DB
“원래 내가 생각한 별명은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였는데, 편집자가 언어순화를 위해 damn을 뺐고…”(리언 레더먼)
‘신의 입자’의 공저자인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리언 레더먼. 휴머니스트 제공
“레더먼: …쿼크와 렙톤은 물질을 이루고 광자와 W, Z입자, 중력자는 힘을 매개합니다. 그런데 현대물리학에서는 힘과 입자의 구별이 확실치 않아요. 둘 다 입자로 간주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
데모크리토스: 어쩐지 내 이론이 더 낫다는 느낌이 드는군. 내 이론은 복잡하고 자네는 단순함을 추구한다더니, 결국 내 이론보다 훨씬 복잡하잖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와 저자의 가상 대화 형식을 빌린 부분이다. 저자도 ‘표준이론’이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등 우주의 근본을 탐구한 철학자들과 현대물리학의 유사점이 놀랍다.
저자가 이론을 검증해 생명을 불어넣지만 대중적으로는 그보다 덜 알려지는 경향이 있는 실험물리학자의 비애를 털어놓는 부분은 웃음이 난다. 돼지(실험물리학자)가 애써 찾은 송로버섯(새로운 발견)은 농부(이론물리학자)의 것이 된다는 것.
한국 과학자들도 교양서를 심심찮게 내지만 이 책처럼 두툼하고 난해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책장이 비교적 쉽게 넘어가는 책은 별로 많지 않다. KAIST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고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친 역자의 번역도 흠잡을 데가 없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