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된 인간/토머스 트웨이츠 지음·황성원 옮김/312쪽·1만4800원·책세상
주인공은 영국의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 서문에선 “일주일 동안 조카의 개를 돌봐주고 있다.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스스로를 한심한 듯 묘사했지만, 실은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영국왕립예술대에서 공부하고, 주방기기 토스터를 재료 채취부터 시작해 전 부품을 맨손으로 만든 ‘토스터 프로젝트’로 화제가 됐다. 촉망받는 예술가이지만 실은 근심, 걱정, 스트레스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인생(人生)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인간의 삶이 아니라 염소의 삶을 살아보기로.
인공 다리와 헬멧, 흉부 보호대, 엄마가 만들어준 방수 코트, 풀을 소화시킬 수 있는 인공 반추위까지 갖췄다. 푸른 벌판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풀을 뜯는 염소 떼와 어울려 지냈다. 염소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염소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고민하면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다가 ‘네 발’로 알프스를 넘는 모험도 하기로 결심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