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 살인사건/카멜 다우드 지음·조현실 옮김/208쪽·1만2800원·문예출판사
사실 쉽지 않은 질문이다. 책에서 그의 존재는 ‘아랍인’이란 세 글자로 표현된 게 전부여서다. 뫼르소는 아랍인을 죽이고도 권태와 눈부신 햇빛, 짭짤한 소금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궤변만 늘어놓을 뿐이다. 독자들이 숨진 아랍인에 대해 들은 건 거기까지다.
소설 ‘뫼르소, 살인사건’은 ‘이방인’에서 출발한 책이다. 1942년 출간돼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인 ‘이방인’을 두고 ‘뫼르소가 죽인 아랍인에는 왜 아무도 관심이 없느냐’며 도발한다. 카뮈가 소설에서 멋지게 대변한 살인자 뫼르소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살해당한 사람’의 시점으로 새롭게 쓰인다.
죄 없는 형이 살해당했다며 슬픔을 토로하던 하룬은 프랑스인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러고는 결국 깨닫는다. 자신이 뫼르소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을. 1962년 알제리 독립 후, 알제리인들이 프랑스인과 프랑스 군복을 입고 민족해방군과 싸웠던 동족 아르키들에게 벌인 피의 보복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작가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으로 종교재판 대상이 되기도 한 알제리의 유명 저널리스트 카멜 다우드다. 2013년 알제리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곧바로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뉴욕타임스에서 ‘2015 최고의 도서’로 선정됐고,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의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