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조카의 돈을 흥청망청 써 온 못된 삼촌이 일본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일본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센다이(仙臺) 지방재판소는 2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조카(15)의 후견인 행세를 하며 수억 원을 빼돌린 인면수심의 삼촌(41)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삼촌은 미성년자인 조카의 재해 지원금 등 6680만 엔(약 6억8000만 원)을 착복한 혐의(업무상 횡령, 사기)로 기소됐다.
삼촌은 2011년 대지진으로 누나와 매형이 숨지자 고아가 된 조카의 후견인이 됐다. 후견인이 되자마자 그는 조카가 받은 재해 위로금, 기부금, 재해 지원금, 사망공제금 등을 은행에서 빼서 쓰기 시작했고, 일부는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지진 피해 당시 9살이던 조카는 쓰나미를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부모와 헤어진 뒤 각지의 피난소를 돌며 부모를 찾아 헤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부모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자 유일한 피붙이인 삼촌이 후견인이 됐다.
조카는 재판과정에서 "삼촌이 학교에 보내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내 학비나 학원비로 돈을 썼다고 설명한 점은 놀라웠다"며 "나를 위해 돈을 쓴 적은 없었고 자주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촌의 범행은 조카가 2014년 삼촌에게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아동을 데리고 있던 아동보호소가 삼촌이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가정재판소의 조사를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이제 15세로 성장한 조카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부모님이 생명과 바꿔서 남겨 준 돈 대부분을 삼촌이 마음대로 써버린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어른인 만큼 제대로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