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30여 년 전인 1987년 12월, 동아일보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 어린이들이 ‘우리나라가 잘살려면 필요한 인물’로 과학기술자(65.6%)를 꼽았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제 갓 10대에 들어선 어린이들이 ‘부국(富國)’을 위해 과학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답한 셈이라 그 동심이 참 기특하다. 실제로 당시엔 그런 일이 흔했고, 또 그렇게 어릴 적 꿈을 자의 반 타의 반 실현한 사람들이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루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직업으로서 과학기술인에 대한 선호도는 1990년대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학습량과 시간, 노력의 크기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처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다며 과학기술인들을 ‘국가발전의 역군’에서 ‘희망퇴직 1순위’로 전락시킨 것도 대표적 실책이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과학기술기본법, 국가과학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 등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법률들이 연이어 제정됐으나 ‘과학기술자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 해당 법이 시행될 무렵 매우 반가운 소식도 함께 들렸다. 오랜 만에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과학기술인이 희망직업 9위(2.7%)를 차지한 것이다. 이공계 직업이 상위 10위 안에 든 것은 10년 만에 처음인데, 최근 인공지능기술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며 아이들 사이에서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쁜 마음에 관련 기사를 잘 들여다보니 요즘 아이들은 직업에 대한 정보를 대중매체와 부모를 통해 얻고 있었으며, 직업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흥미와 적성’을 꼽고 있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과학기술유공자들은 올해 처음 선정되지만, 실제로 국민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쌓여 과학기술인들의 업적과 생애가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다면, 어린이들도 과학기술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매력 있는 일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10년이 지난 후, 아이들 장래희망 순위에서 과학기술인이 다시 1, 2위를 다투게 된다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시대가 아무리 달라진다 해도 과학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재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