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저성장에 위축된 투자자들은 새로운 ‘메가 트렌드’를 읽기 주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달러 가치 변화 등 당장 눈앞에 나타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국가들이 저성장에 대한 해법을 찾아 왔고, 이제 최소 10년 이상 글로벌 경제를 이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투자에 있어 ‘아시아 내수시장’과 ‘4차 산업혁명’이 메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 내수시장’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여전히 인구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들이 주축이 될 흐름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예상되며, 빠른 인구증가율을 보이는 인도는 2025년에는 중국과 같은 14억 명, 2030년경에는 세계 최다 인구 국가가 될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성장이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인도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중국의 소득이 더 올라가서 시장이 본격화될 때 세계 경제의 불황은 멎을 것이다.
또 다른 메가 트렌드 ‘4차 산업혁명’은 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는 국가들의 선택이다. 중국의 제조업은 공급 과잉으로 위기지만, 역설적으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라는 4차 산업 발전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중국뿐 아니라 인구 감소, 즉 노동력 감소를 겪고 있는 독일 등 선진국도 4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여러 국가들이 4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다. 인공지능은 어마어마한 빅데이터와 이를 통한 기계학습이 필수다. 즉 빅데이터의 확보가 4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페이스북은 18억 명의 월간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도 사용자 10억 명 이상을 갖췄다고 한다. 온라인 산업이나 4차 산업의 특징 중 하나인 WTA(Winner Takes it All·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빅데이터 규모를 다른 후발주자들이 따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중국 등이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고 투자 규모를 늘리는 이유다.
향후 10년 이상의 메가 트렌드는 아시아 내수시장과 4차 산업 1등 기업의 성장이다. 워런 버핏이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로 꼽히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를 읽고 코카콜라 같은 종목에 수십 년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안목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도 메가 트렌드에 맞춰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