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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LG 부활의 키 쥔 G6

입력 | 2017-02-06 03:00:00


김창덕 산업부 차장

 “G6는 굉장히 참신하고 의외로 LG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윤부현 전무가 지난달 25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한 말이다.

 윤 전무의 의도는 차기 전략 스마트폰 G6가 실패한 전작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LG스럽지 않다’는 단어는 업계에서도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대기업 임원은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을 위해 그만큼 전력을 다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풀이했다. “LG를 부정하면서까지 G6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면 내부 위기의식은 더 큰 것 아니겠나”라는 얘기들도 들렸다.

 2015년 4월 초 “국내 업체들 중 (스마트폰 시장의) 강력한 2인자가 될 수 있는 후보는 LG전자뿐이다”라고 쓴 기억이 있다. G4 공개를 2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이 될 만한 튼튼한 2인자가 있어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위상이 더 견고해질 거란 점에서였다. 가죽 소재 뒷면 케이스를 입힌 G4의 색다른 디자인은 안타깝게도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 G5로 명예회복을 노렸다.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과감한 시도에 찬사가 쏟아졌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G5는 결국 혁신적이지만 많이 팔리지 않은 ‘비운의 스타’가 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었다.

 LG전자는 2008년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휴대전화 무게중심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놓친 탓이었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LG전자는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이 글로벌 강자 자리를 지켰음에도 스마트폰에서 잃어버린 브랜드 가치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LG전자로서는 결국 G6가 브랜드 가치 부활의 키를 쥐게 된 셈이다.

  ‘LG스럽지 않다’는 건 분명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LG전자 스마트폰은 후발주자로서 차별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본적인 고객들의 니즈를 간과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LG스럽지 않다는 말은 과거의 착오를 인정하고 고객에게 보다 집중하는 전략을 펴겠다는 선언적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G6가 첫선을 보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을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갤럭시 노트7 단종과 혁신의 한계에 부딪쳐 잠시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이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LG전자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G6를 통한 반등이 필요하다. LG전자 측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조성진 부회장이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기술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신제품에 기대를 거는 배경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는 여전히 LG의 오랜 팬들이 많다. G6를 발판 삼아 LG전자가 다시 ‘LG스러움’으로 당당하게 승부하는 날이 온다면 이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