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선택의 해 2차 여론조사]반기문 퇴장후 달라진 대선지형
○ 10년 만에 완전히 뒤바뀐 대선 지형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지난해 12월 28∼30일 조사) 당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8.1%였다. 1일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은 여러 후보에게로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2, 3일 실시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한 달 전과 비교해 6.0%포인트, 안 지사는 9.3%포인트 지지율이 뛰었다. 보수 진영 후보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5.6%포인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1.6%포인트 올랐다.
신년 조사 당시 반 전 총장은 보수층에서 41.2%,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 중 36.9%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보수 진영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황 권한대행은 이번 조사에서 보수층의 38.1%, 박 대통령 투표자의 24.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그 대신 보수층의 10.9%는 문 전 대표를, 10.1%는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수층 10명 중 2명이 정권교체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보수층의 투표 참여 의욕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신년 조사 당시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보수층의 16.2%, 박 대통령 투표자의 23.2%였다. 반면 이번 조사에선 보수층의 25.0%, 박 대통령 투표자의 37.1%가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보수 지지층 10명 가운데 3, 4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지지율 합계(48.6%)가 황 권한대행과 유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합계(13.9%)보다 3배 이상 높은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야권 후보 지지율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숨은 보수층’이 투표 때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36.8%, 문 전 대표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37.5%였다. 2012년에 박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약 39%, 문 전 대표는 약 36%의 지지를 받아 ‘숨은 보수층’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수치 차이가 현 상황을 뒤집을 정도로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정권교체론 대신 세대교체론 힘 받나
주목해야 할 점은 문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 문 전 대표 ‘개인 지지율’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와 황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간 3자 대결 시 지지율은 각각 42.3%, 18.4%, 17.7%였다. 문 전 대표 대신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 3자 대결을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도 △안 지사 40.1% △안 전 대표 18.6% △황 권한대행 17.3%였다. 문 전 대표(42.3%)와 안 지사(40.1%)의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런 결과는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기대보다 정권교체 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세론’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야권 지지층에서 봤을 때 안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정권교체 자체가 위협받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3자 대결 구도에서 보수층 지지율은 안 지사가 24.6%로 문 전 대표(18.0%)를 앞섰다. 구심점을 잃은 보수 진영까지 끌어와 정권교체를 하기에는 안 지사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안 지사의 ‘세대교체론’ ‘시대교체론’이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뜻밖의 반사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야권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대선 지형은 역대 대선마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후보 단일화 주장에 힘을 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원사이드게임을 펼치면서 야권 진영에선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당시 민주당) 후보가 모두 완주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