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삼성 미전실 해체, 사인만 남아”… 쇄신 가속화

입력 | 2017-02-07 03:00:00

계열사 줄줄이 전경련 탈퇴





“귀회의 일익 번창하심을 기원합니다. 귀회의 회원인 폐사는 퇴회를 결정하였기에 귀회 정관 제8조에 따라 본 퇴회원을 제출합니다.”

삼성전자는 6일 오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명의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e메일로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전경련 정관 제8조(퇴회)에 따르면 회원사가 전경련을 탈퇴하려면 퇴회원을 제출해야 한다.

단 두 개의 문장으로 1961년 8월 16일 시작돼 56년간 이어져 온 삼성그룹과 전경련의 인연은 끝이 났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은 이날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다. 전경련 회원사인 삼성 15개 계열사 중 나머지 계열사들도 하루 이틀 안에 모두 탈퇴원을 내기로 했다.

○ 삼성의 쇄신은 이미 ‘현재진행형’

삼성의 전경련 탈퇴는 지난해 12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 약속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전경련 탈퇴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용처 결정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삼성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종료된 후 전경련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쇄신안 중 한 가지로 거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었다. 삼성이 예상보다 빨리 전경련 탈퇴를 발표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삼성의 쇄신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두 가지 약속도 특검 수사 종료 시점과 맞물려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실제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약속한 대로 미래전략실은 해체한다.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며 이미 해체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상 미전실 해체 작업이 2008년 삼성 특검 당시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4월 17일 조준웅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닷새 만인 22일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전략기획실 해체 선언은 그 후 두 달이 지난 6월 25일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 이미 미전실 해체 방안은 완성돼 있고 수뇌부의 최종 사인만 남은 단계”라고 했다. 다만 수사 대상인 미전실 핵심 간부들의 거취 문제가 얽혀 있어 특검 수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발표 직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그룹 운영 방식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을 총괄하는 별도의 조직이 없다. 꼭 필요한 기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맡고 있다.

○ 존폐 위기 놓인 전경련



전경련의 초대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경련은 이날 삼성의 탈퇴로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전경련 주요 회원사 중에는 LG그룹이 지난해 말 가장 먼저 탈퇴를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회비를 납부할 계획이 없어 사실상 탈퇴 수순을 밟고 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탈퇴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과 CJ그룹 등은 전경련의 쇄신 방향 등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달 23일경 정기총회가 예정돼 있는 전경련은 아직 조직 쇄신을 위한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난다. 전경련은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뽑고 쇄신안 방향을 결정짓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물급 관료 출신들을 차기 회장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일부 회원사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거론했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공식적으로 제안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제가 갈 곳은 아니고 기업인이 맡아야 할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매듭짓지 못하면 임원이 사무국 전체 운영을 맡는 비상운영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이새샘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