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화가는 스무 점도 되지 않는 그림을 남겼습니다. 게다가 몇 점은 미완성이기도 했습니다. ‘모나리자’도 완성이 덜 된 그림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림의 모델은 리자 게라르디니로 추정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 실크 상인의 아내였지요. 당시 초상화 주인공은 주문자였던 소수 권력자들이었어요. 미술가가 모델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기는 제한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화가는 주문자의 신분이 높다고 해서 초상화 주문을 모두 받지는 않았습니다. 인품까지 참고해서 이례적으로 신흥 상인의 아내 초상화를 수락했다지요.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은 투철한 정신과 열정적 탐구의 산물이었습니다. 화가는 관찰에서 얻은 정보를 정확히 형상화하려 노력했습니다. 과학적 지식을 활용했고, 해부학적 지식도 동원했습니다. 예술가를 절대 정신에 다가가는 창조자라 믿었지요. 미술을 이성적 사고와 초월적 사유를 캔버스 위에서 결합시키는 행위이자 실천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니 작업 속도가 더딜 수밖에요.
1503년 피렌체에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주문자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1516년 노화가가 채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들고 새로운 후원자가 있는 프랑스로 떠났거든요. 타국에서도 그림은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그림이 완성되지 못한 원인을 화가 말년의 오른손 마비에서 찾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미완의 걸작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아니라 기억해야 할 결실로 평가됩니다. 우리가 함께 채워 나갈 빈칸이 무책임과 변명으로 방치된 공백이 아닌, 가능성과 성취로 채워 나갈 여백이면 좋겠습니다. 치열하게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화가의 캔버스처럼 말이지요.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