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뉴트리아는 이름이 참 많다. 외래생물, 모피 및 식용 친환경 가축, 강쥐, 물쥐, 왕쥐, 늪너구리, 민물물개, 괴물쥐, 생태계교란종, 웅담쥐 등. 뉴트리아는 어쩌다 한반도까지 건너와 미움과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일까.
뉴트리아는 ‘코이푸’라고도 불리는데, 스페인어로는 수달 혹은 수달의 가죽을 뜻한다. 뉴트리아는 북미나 아시아, 옛 소련 국가들에서 쓰는 이름이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에선 코이푸라고 부른다. 독일, 이탈리아나 스웨덴에선 비버쥐, 작은 비버, 습지비버 등으로 불린다.
뉴트리아는 1980년대 중후반, 모피와 식용으로 100여 마리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 하지만 반응이 시큰둥하자 사육농장에서 더 이상 기르지 않았다. 이후 낙동강에 유입된 뉴트리아는 생태계를 교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젠 포획되면 2만 원에 팔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태계교란 생물들 중 뉴트리아는 유일한 포유류다. 현재 환경부가 고시하는 생태계교란 생물은 20종(큰입배스, 파랑볼우럭, 황소개구리, 꽃매미, 가시상추, 도깨비가지 등), 위해우려종은 98종(피라냐, 유럽비버, 가짜지도거북, 웃는개구리 등)이다. 생태계교란 생물은 이미 국내에 들어온 것이고, 위해우려종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생물이다. 국내에 있는 외래생물은 2167종(동물 1833종, 식물 334종)이다. 외래생물 중엔 어류가 887종으로 가장 많다. 모든 외래생물이 위험한 건 아니다. 감자나 고구마, 고추, 목화, 고무나무, 블루베리 등은 국내에 안착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귀화종이다.
생태를 교란한다는 것은 원래 그 지역에 있는 토착종을 멸종시킨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회색다람쥐는 유럽, 특히 영국에서 외래 침입종으로 분류돼 악명을 떨치고 있다. 회색다람쥐는 붉은색다람쥐한테 다람쥐수두바이러스를 퍼뜨린다. 붉은색다람쥐는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없다. 생태계교란은 동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겨우살이는 서식지 소실로 사라졌다. 모피 제작을 위해 호주에서 털꼬리주머니쥐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이 쥐들이 겨우살이를 다 먹어 치웠다. 꽃매미는 나무에 들러붙어 수액을 흡수한다. 이로 인해 그을음과 마름병을 유발해 포도나무, 가죽나무, 버드나무가 말라죽는다.
뉴트리아가 한국에 들어와 생태계를 교란하는 동안 한국의 잉어와 가물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호수를 휘젓고 다닌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유종이 외국에 나가면 생태계교란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외래종은 고유종과 경쟁하며 토착 생태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호기심 혹은 상업적 목적으로 들여온 외래생물들. 토착지를 잃어버린 생물들은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덤빈다. 이러한 외래생물들에게 인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수수방관하거나 잔인한 인간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