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평범함 ‘엄마 기자’입니다. 아이 셋에 직장, 게다가 기자라니. 전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험난한(?) 취재현장을 누비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고, 늘 ‘이것이 내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과에 임한다는 점에서 여느 엄마들과 같다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취재현장에서 겪고 느낀 바를 엄마의 시각, 엄마의 마음에서 풀어나가 보고자 합니다. 부족한 솜씨의 글이나마 찾아와 읽고 공감해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저는 현재 환경과 보육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입니다. 환경이라, 문자 그대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뜻하는 말이죠. 지난해에는 미세먼지와 가습기 살균제라는 우리를 둘러싼 지극히 평범한 환경이 우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올해는 맑은 하늘, 깨끗한 물, 수려한 경관처럼 우리를 기쁘게 하는 환경이 많았으면 좋겠는데요. 첫 시간인 오늘은 동물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사실 두 질병에 관한 관리는 모두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라 제 관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불똥이 야생동물로 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야생동물에 관한 보호와 관리 책임은 환경부에 있거든요.
최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매달 10건 이내에 불과하던 조류 등 폐사체 신고건수가 한두 달 새 수백 건으로 껑충 뛰었답니다. 이 폐사체란 직박구리, 비둘기 같은 텃새나 떼까마귀 같은 철새, 일부 너구리 같은 포유류의 사체인데요. 그럼 AI나 다른 바이러스가 야생동물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걸까요? 사실 지난달 총 신고된 폐사체 689건 가운데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새 5마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럼 나머지 684건은 뭘까요?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죽어서 신고된 경우입니다. 사실 이렇게 대폭 늘어난 폐사체 건수에 대해 환경부는 단순한 신고의 증가, 즉 ‘AI 등으로 인해 관심과 공포가 늘면서 신고의 수가 증가한 것’이 큰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길가에 비둘기가 죽어있어도 ‘에이, 재수 없게…’하고 지나쳤다면 이제는 ‘혹시 AI?’하며 신고한다는 것이죠.
반면 비둘기나 참새, 직박구리 같은 텃새들의 AI 감수성은 매우 낮습니다. 걸리지도 않고 잘 옮기지도 않는단 뜻입니다. 이번 AI 첫 발견 이후 지금까지 총 45건의 야생조류 폐사체, 분변 발견이 있었지만 이들은 단 한 마리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해외 연구결과를 봐도 이들 조류의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감수성과 치사율이 높은 종일수록 외려 전염력은 떨어지기도 합니다. 빨리 죽기 때문에 전파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죠. 엊그제 이야기를 들으니 제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원앙 101마리를 살처분한 것도 이 아이들이 AI 감염 시 빨리 죽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감염된 황새 두 마리는 살처분 전에 폐사했고요.
환경부는 AI 사태로 생태계 복원의 증거이자 고마운 손님인 철새나 여타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이 괜한 오해를 살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구제역 사태가 터지자 사람들의 관심이 대번에 멧돼지와 고라니로 쏠렸듯이 말입니다. 아무래도 통제 하에 있는 가축보다는 통제 밖에서 어떠한 바이러스와 세균을 몰고 다닐지 모를 야생동물이 무섭긴 하겠죠. 하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멧돼지와 고라니가 구제역이 걸린 사례가 없다는데 무턱대고 무서워 할 일은 아닙니다. 마치 독감이 유행한다고 잠재적 독감 전파자인 친구를 멀리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