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學일체형 ‘일-학습병행제’ 고교-전문대-일반대 도입 급증

학습근로자인 유덕환 씨는 고교 2학년 때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금형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 올해부터는 폴리텍대에 다니면서 학습과 일을 병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유 씨가 학습근로자로 취업한 에이치에스티에서 광학렌즈 금형 관련 기구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유 씨는 “회사에서 일하며 교육훈련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눈으로 보고 익혀 자격증 취득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7일 고교를 졸업한 유 씨는 올해부터는 폴리텍대를 다니면서 일을 할 계획이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금요일 3시간, 토요일 8시간은 학교에서 실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식이다.
기업도 유 씨 같은 학습근로자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작업 특성상 기본 교육과 응용 훈련을 마치고 실무에 투입하려면 3년은 필요했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이직이 잦아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다. 이호형 에이치에스티 대표이사는 “학습근로자들은 초정밀금형 엔지니어를 목표로 교육과 실습에 매우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도제시스템 기반의 일·학습병행제는 회사에 맞는 특수기술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는 고교, 전문대, 일반대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참여하는 고교생은 2학년부터 기업에 채용돼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실무 교육을 병행한다. 지난해 60개 특성화고에서 진행됐고 올해는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비공업 분야로 확대해 약 200개 고교가 참여할 예정이다.
전문대, 특성화고, 기업 등 3주체가 연계된 고교·전문대 통합교육과정, 일반대 3·4학년 학생들이 전공 분야 기업에서 현장 교육을 받고 학점도 인정받는 장기현장실습형(IPP) 일·학습병행제 등도 운영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은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교육훈련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학교에서만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은 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학습근로자들은 기업에서 직접 현장 경험을 쌓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적합한 인재로 클 수 있다. 또 교육훈련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받아 훈련비용을 낮출 수 있다. 기업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채용된 후 적응도 쉽다.
일·학습병행제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일·학습병행제 성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중도탈락률이 높은 반면에 1인당 훈련비 예산은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일·학습병행제 1인당 평균 훈련비용은 1816만 원으로 유사 사업인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400만∼500만 원)이나 청년취업아카데미(347만∼530만 원)의 최대 5배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6월까지 훈련 기간이 지난 5056명 중 1596명(31.6%)이 중도 탈락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유사 사업에 비해 중도탈락률이 높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또 일·학습병행제의 훈련 종료 후 6개월 고용유지율은 70.7%로 청년인턴(74.4%)이나 기술기능인력양성사업(78.7%)보다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