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는 지옥섬’이라는 주장은 날조다.”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이 한국이 영화와 그림책을 통해 군함도의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1면 머릿기사로 주장하고 나섰다.
8일 산케이신문은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을 배경으로 올 여름 개봉할 예정인 한국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에 대해 거짓폭로라고 시비를 걸었다. 또 지난해 한국에서 발간된 아동용 그림책 ‘군함도-부끄러운 세계문화유산’(우리교육)에 대해서도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림책 군함도에서도 “한반도에서 목적지도 모른 채 주인공 세돌이가 끌려간 곳은 지옥섬 군함도였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소개됐다. 어린 소년들이 지하 1000m까지 내려가 일본이 전쟁 자원으로 사용할 석탄을 파야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소년들이 쇠창살로 된 감옥에 수용됐다는 모습도 그려졌다.
신문이 특히 반발하는 부분은 영화와 그림책에 어린 소년이 등장한다는 점. 신문은 “전쟁시 일본 탄광에 조선인 소년광부가 없었다는 것은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다”는 귀화한 한국계 일본인 정대균 수도대학도쿄 명예교수의 발언을 전하며 이를 날조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영화와 그림책에서 소년들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그림책이 나온 2016년 군위안부 ‘소녀상’이 각광을 받으면서 ‘조선인 소년광부’가 그 ‘소년판’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것.
신문은 “한국이 관민을 동원해 하시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했는데, 영화는 그 운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군함도 원주민들이 “사실과 다른 것에 반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떨쳐 일어서 1월 23일 ‘진실의 역사를 추구하는 하시마 도민의회’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군함도에 관해 쓴 책을 보면 (유태인 학살이 일어난) 아우슈비츠처럼 묘사돼 있어 속이 상하다.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얼마 남지 않은 섬 주민들의 기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사실과 다른 부분을 정정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신문은 기사에서 조선인 징용에 대해 “징용은 국민징용령에 기초한 것으로 당시 국제법상 위법이 아니었다.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하시마 탄광에는 조선인 400~600명이 끌려갔으며 이들 중 질병, 익사, 탄광 사고 등으로 12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15년 한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유네스코의 자문기관이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일본에 권고했지만, 일본 측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