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일 뿐 아니라 이름도 부모로부터 받는다. 자식에게 이름은 만든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주어진 이름을 계속 쓰지 않고 바꾸는 사람이 특이하다. 최순실 재판부는 6일부터 그의 이름을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으로 부르기로 했다. 개명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좋게 말하면 운명을 개척하고 싶어 하고 나쁘게 말하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숨기고 싶어 한다. 어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뒤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새누리당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꾼 것은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과의 결별 의지를 담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회창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으로 당의 실권자가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었다. 차라리 김영삼당, 이회창당, 박근혜당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뻔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