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법정 최고금리 넘는 대출 작년말 110만건… 4조원 훌쩍… 10명중 4명이 2030 청년 세대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이모 씨(25)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군대를 마치고 뒤늦게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 진학했다. 어머니는 가사 도우미로 일했고 이 씨도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이 씨 혼자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돈이 쪼들리던 그는 지난해 초 대부업체를 찾아 연이자 33%로 500만 원을 빌렸다. 빠듯한 살림에 매달 13만 원 넘게 내야 하는 이자는 큰 짐이었다. 그는 결국 다른 대부업체에서 100만 원을 더 빌려야 했다.
지난해 3월 대부업법 개정으로 법정 최고 금리가 34.9%에서 27.9%로 내렸지만 이 씨처럼 여전히 법정 최고 금리가 훌쩍 넘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과도한 이자 부담에 짓눌린 취약계층이 대출 부실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상위 10곳의 가계 신용대출 중 법정 최고 금리(27.9%)를 초과한 대출 건수는 각각 36만 건, 74만 건이었다. 대출금액은 총 4조4000억 원을 웃돌았다. 이 업체들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30∼40%가 여전히 법 개정 이전의 높은 이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금리에 짓눌린 20, 30대 젊은층의 비중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고 금리를 초과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대출 가운데 40% 이상의 대출이 20, 30대가 빌린 것이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실업난 해소 등의 근본적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한편 ‘금융약자’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