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기자의 을(乙)로 사는 법]<2>육아휴직 A to Z
단순한 배려가 아닌 근로자의 권리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육아휴직이 활성화될 수 있다. 대기업 남성 직원으로는 드물게 육아휴직을 2년 하고 두 아이를 키운 김경언 씨(35)가 2015년 육아휴직 당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유성열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김경언 씨(35)는 남성 직원으로 드물게 육아휴직을 2년이나 했습니다. 원래 아내가 공부하는 1년 동안만 휴직할 계획이었지만 예정일보다 6주 일찍 태어난 둘째를 보고 1년 더 휴직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회사 인사팀 역시 “꼭 복직하겠다”는 김 씨의 말을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큰아이는 아빠를 돈 벌어오는 기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진짜 아빠’로 여기는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적극 이용해야
하지만 육아휴직은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직장 상사는 물론이고 동료 눈치도 봐야 하고, 복직 후 업무 적응도 쉽지 않습니다. ‘경력 단절’ 우려 때문에 출산 후 바로 복직하는 여성 근로자도 아직은 적지 않습니다.
육아휴직은 ‘배려’가 아닌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사업주도 이 부분은 공감해야 합니다. 정부도 육아휴직을 확산시키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는 게 힘인 만큼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이를 숙지하고 적극 이용하는 것이 육아휴직 확산의 지름길입니다.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쓰면 국가가 육아휴직급여도 지급합니다. 매월 통상임금(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임금으로 비정기적 상여금·수당은 제외)의 4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한액은 월 100만 원(하한액은 50만 원)으로 아직 많지 않은 수준입니다.
다만 근무한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같은 자녀에 대해 배우자가 이미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면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고, 육아휴직 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육아휴직급여는 국가가 지급하지만 이 역시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해야 하고, 육아휴직 시작일 이전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부모 중 1명에게만 급여가 지급됩니다.
○ 아빠도 육아휴직하면 150만 원 받아
‘아빠의 달’ 제도 역시 적극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때 적용됩니다. 한 자녀에 대한 두 번째 육아휴직은 보통 아빠일 확률이 높아 이렇게 부릅니다. 두 번째 휴직자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150만 원)까지 석 달간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는 상한액이 200만 원으로 인상됩니다.
물론 “중소기업에는 꿈같은 얘기” “허울뿐인 제도” 같은 반응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직원이 휴직하면 대체인력은 어떻게 확보하느냐”며 하소연하는 사업주도 많습니다.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자 1인당 월 30만 원의 지원금을 사업주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대기업 지원을 폐지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늘렸습니다. 육아휴직급여 인상과 사업주 처벌 강화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 역시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워킹맘의 근로시간 단축(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육아휴직 3년(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제도보다 중요한 건 누구나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문화’입니다. 정부는 당연하고, 언론도 나서야 합니다. 을(乙)의 위치에서 눈치만 봐야 하는 근로자들이 당당히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방안을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육아휴직을 배려가 아닌 권리로 인식할 때까지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 사후지급분 제도 ::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육아휴직 급여 종료 후 직장에 복귀해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에 지급하는 제도. 육아휴직 후 직장 복귀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도입.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