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노동이슈]
‘지속 가능성’이 화두인 시대다. 경영은 물론이고 환경과 복지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길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노동시장과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국제팀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 산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Eurofound)’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의미를 정하고 관련 정책을 분석해 보고서를 펴냈다.
유로파운드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근로 기간 내내 생계를 유지하고,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는 근로 조건을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정의했다. 보통 15∼64세를 ‘생산가능인구’로 정의하고 근로 기간으로 판단하지만 최근에는 노년층 역시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연구가 유럽에서는 활발하다.
특히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중장년기는 물론이고 노년기에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저출산 고령화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를 복지와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일을 하면서 자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복지 분야에서도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
이에 유로파운드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EU 회원국들이 정책의제로 과감히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기반으로 삼으면 모든 정책 역시 지속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관료들과 정책 결정자들의 적극적 조율, 관련 부처의 협력 역시 당부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 청년 일자리 창출, 노년층 복지 등 각각의 정책이 일자리 정책을 매개로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고용절벽 위기를 맞아 일자리의 절대적인 양이 떨어지고 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도 20만 명대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사치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대선 후보들 역시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질 낮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자리만 만들면 미래가 없다. 우리도 고용절벽과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연구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