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잡은 포켓몬 ‘덩쿠리’.
추운 겨울인데도 청계천을 걷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아들 때문이었다. 포켓몬 체육관에서 힘센 몬스터들에게 늘 짓밟혀 슬퍼했던 아들은, 퇴근길에 아빠가 멋진 몬스터를 많이 잡아오면 환호성을 질러댔다. 내 어린 시절엔 아버지가 사오시던 호떡을 기다렸는데…. 돈 벌어다 주기에도 바쁜 아빠는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어느 날 밤 청계천에서 포켓몬을 잡기에 여념이 없던 내 앞에 갑자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순간 저 고양이가 처음보는 '희귀 몬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본능적으로 몬스터볼을 던져 고양이를 잡으려하는 내 자신을 보며 입맛이 쩍 다셔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