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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알파고의 실수?

입력 | 2017-02-10 03:00:00

○ 알파고 9단 ● 박정환 9단
1국 8보(87∼109)




국면이 매우 단순하다. 변의 모양은 대략 결정됐고 우중앙 쪽 흑 집이 얼마나 부풀어 오르는지가 유일한 변수다. 변화의 여지가 없으면 불리한 흑으로선 뒤집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흑은 95, 97로 계속 우중앙 흑 집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백 집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흑이 실리 면에서 백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 96은 가장 얕은 삭감. 알파고가 이렇게 유순하게 두는 건 “이겼다”는 뜻이다. 알파고의 계산서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흑 103에 백 104로는 참고도 백 1로 받는 것이 정수다. 그럼 흑도 2로 물러서는 정도. 실전에선 백 104로 타이트하게 붙이는 바람에 흑이 105, 107을 선수한 뒤 109로 강하게 두는 수가 성립했다.

그렇다면 백 104는 알파고의 실수일까. 그렇지 않다. 알파고는 이긴 바둑에선 빨리 모양을 결정짓는 수를 흔히 둔다. 실전이 참고도에 비해 반상에 돌이 많이 채워진 모양이다. 약간 손해여도 우세를 훼손하지 않는 선이라면 더 많은 돌을 반상에 놓고자 하는 것이 알파고의 바람(?)이다. 그만큼 반상의 변수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바둑이라는 승부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셈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