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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태극기 드는 새누리, ‘도로 친박당’ 되나

입력 | 2017-02-10 00:00:00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이 어제 주최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인가’ 토론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한 ‘길거리 투쟁’을 선동하는 목소리들로 넘쳐났다. “아스팔트 위 애국시민 대열에 합류하자”는 주장이 잇따랐고 “촛불은 이미 태극기 바람에 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주말 태극기 집회에는 새누리당 친박계와 대선 주자들까지 대거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던 게 언제인데, 벌써 친박계 의원들이 득세하던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친박계의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참석 인원이 늘어가는 태극기 집회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 동정 여론에 기대면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퇴장 이후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수의 대안’으로 떠오른 데도 고무된 듯하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는 “헌재 재판관 2명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더라”고 탄핵 기각 분위기를 풍기며 반대 시위를 선동하는 발언도 했다.

친박계만이 아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탄핵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출마선언 시기를 저울질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통령 은혜에 보답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초 탄핵에 찬성했던 김 전 지사의 말 바꾸기에는 당내 인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특검이) 이렇게 많이 털었는데도 (대통령 비리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느냐. 대통령이 너무 억울하다”고까지 했다. 이미 각종 인사와 정책까지 국정 전반에 걸친 농단이 사실로 드러난 점도,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책임을 인정하며 국회가 일정을 정해주면 퇴진하겠다고 밝혔던 점도 벌써 잊은 모양이다.

그동안 납작 엎드려 있던 이들이, 스스로 ‘불임(不姙) 정당’이라 자조하던 정당이 15% 안팎의 박 대통령 동정 여론에 기대 “이때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음 주면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바뀐다. 당명 개정 자체가 박 대통령, 그리고 친박계 패권과의 단절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어느샌가 자성은 사라지고 “당명 빼곤 바뀐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며칠 전까지 자중(自重)을 당부하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어제 회의에선 “할 말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망가졌어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의원 95명의 여당이다. 친박계와의 단절 없이는 새누리당, 아니 자유한국당의 앞날은 캄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