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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의 트렌드 읽기]‘도깨비’로 위안받는 슬픈 현실

입력 | 2017-02-10 03:00:00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최근 한국 사회는 정서적으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 시국도 시국이지만, 일상생활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유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일상의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있다. 그저 먹고사는 문제가 당면 과제이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답답한 일상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전체 응답자의 76.7%가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신의 경제적 수준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2015년 69.2%→2016년 7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대부분은 자신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5.3점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특히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할수록 행복지수(상 79.6점, 중상 72.9점, 중하 66.8점, 하상 59.1점, 하하 46.5점)가 낮다는 점에서, 경제적 여유가 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이라면, 개인의 정서와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바쁘고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웃음과 눈물은 사치스럽거나 특별한 경험이 되어 가고 있다. 마땅히 웃을 일조차 없는 현실이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입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다면, 그것은 대체로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의 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전체의 90.6%가 최근 웃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예능(66.7%·중복 응답)과 드라마 및 영화(66.6%)를 보다가 웃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복잡한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이 많았다. 10명 중 8명(81.2%)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이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고 응답하였으며, 드라마나 영화가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데 62.3%가 동의했다. 더 나아가 절반 정도(47.6%)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삶의 위안까지 얻고 있었다. 어쩌면 모두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힘들다고 좌절하는 지금 이 순간에 드라마와 영화는 몇 안 되는 ‘삶의 낙’인지 모른다.

얼마 전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도깨비’가 종영 이후에도 큰 신드롬을 이어 나가고 있다. 여전히 ‘도깨비앓이’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잘 만들어진 콘텐츠의 힘을 보여 줌과 동시에 일상에서 즐길 거리가 사라진 사람들의 진한 아쉬움 또한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리는 팍팍한 현실에 대한 위로를 일상이 아닌 드라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부디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웃을 일이 많은 2017년 정유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무너져 내린 국가와 사회 시스템부터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