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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의 프리킥]일본, 駐韓 일본대사 즉시 복귀시켜야

입력 | 2017-02-10 03:00:00


허문명 논설위원

일본 퍼스트레이디 아베 아키에 여사와의 인터뷰가 예정된 지난달 19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릴 때까지만 해도 진행을 확신하지 못했다. 열흘 전 일본 정부가 부산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였고 민주당 대선주자는 “집권하면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겠다” 등 한일관계에 먹구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정 내 야당’이라는 부인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주변에서 반대할 경우 인터뷰 강행은 어려울 터였다. 2015년 국제부장으로 일할 때 현지 특파원이 인터뷰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취소된 적도 있었다.

한국말 하는 日총리 부인

하지만 도쿄 나가타 초 총리 공저(公邸)에 도착해 총리 부인의 따뜻한 환대를 받자 긴장과 걱정은 사라졌다. 공저는 1929년부터 집무실로 쓰이다가 2005년부터 살림집과 내외빈을 맞는 영빈공관으로 바뀐 곳이다. 일본 근현대사에 굵직한 사건이 일어난 역사적 장소이자 문화적 가치가 높은 서양풍 건축물이다. 총리 부인은 “이곳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내각 인선을 주로 구상한다”고 소개하는 등 1층 이곳저곳을 직접 안내해줬다.

듣던 대로 솔직담백한 사람이었다. “아리랑”, “한일은 가까운 이웃”, “한국말 많이 잊어 버렸어요”. 또박또박 한국말로 말할 때는 듣던 대로 한국어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말이 빠르고 성격이 급한 게 단점”이라고 할 때는 여느 보통 아내와 다를 것 없었고, 일본의 가장 큰 문제로 고령화 문제를 꼽으면서 지방 활성화 해법을 제시할 때는 나랏일을 걱정하는 퍼스트레이디 면모를 보여주었다.

교도통신 등은 총리 부인의 단독 인터뷰가 실린 7일자 동아일보를 사진까지 찍어 소개하며 “한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에 중요한 나라” “한일은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피가 섞인 민족”이라는 메시지를 일본 독자들에게 전했다.

한일 외교 파행이 지속되는 요즘, 일본의 퍼스트레이디가 한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역시 최근 한일관계의 또 다른 장애물로 꼽혔던 문제들을 차분하면서도 용기 있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평가할 만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부산 소녀상에 대해 “외교 공관 앞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국제관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 무죄 판결, 부석사 불상 인도 및 독도 소녀상 건립 문제 등등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아베 총리는 본국으로 소환한 대사를 하루빨리 돌려보내야 한다. 한 달 넘게 부재가 이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즉자적으로 발언하는 것도 한국의 리더십 공백을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코너에 몰고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일본을 국제사회의 중심 국가로 키워 보겠다는 아베 총리의 국정 기조와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한일 출구전략 모색할 때

외교는 명분이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윤 장관도 일본에 적절한 명분을 제공해주고 아베 총리도 대사 복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사람 관계도 그렇지만 나라끼리도 싫다고 등을 돌리면 거기서 끝나버리기 때문에 맘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좋은 점만 보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키에 여사의 메시지를 아베 총리가 경청하고 실행에 옮기길 기대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