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한국말 하는 日총리 부인
하지만 도쿄 나가타 초 총리 공저(公邸)에 도착해 총리 부인의 따뜻한 환대를 받자 긴장과 걱정은 사라졌다. 공저는 1929년부터 집무실로 쓰이다가 2005년부터 살림집과 내외빈을 맞는 영빈공관으로 바뀐 곳이다. 일본 근현대사에 굵직한 사건이 일어난 역사적 장소이자 문화적 가치가 높은 서양풍 건축물이다. 총리 부인은 “이곳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내각 인선을 주로 구상한다”고 소개하는 등 1층 이곳저곳을 직접 안내해줬다.
교도통신 등은 총리 부인의 단독 인터뷰가 실린 7일자 동아일보를 사진까지 찍어 소개하며 “한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에 중요한 나라” “한일은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피가 섞인 민족”이라는 메시지를 일본 독자들에게 전했다.
한일 외교 파행이 지속되는 요즘, 일본의 퍼스트레이디가 한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역시 최근 한일관계의 또 다른 장애물로 꼽혔던 문제들을 차분하면서도 용기 있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평가할 만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부산 소녀상에 대해 “외교 공관 앞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국제관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 무죄 판결, 부석사 불상 인도 및 독도 소녀상 건립 문제 등등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아베 총리는 본국으로 소환한 대사를 하루빨리 돌려보내야 한다. 한 달 넘게 부재가 이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즉자적으로 발언하는 것도 한국의 리더십 공백을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코너에 몰고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일본을 국제사회의 중심 국가로 키워 보겠다는 아베 총리의 국정 기조와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한일 출구전략 모색할 때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