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0일이니 월급이 나올 때까지 아직 보름이나 남았습니다.
그런데 통장 잔고는 벌써 바닥이 보입니다.
텅빈 통장을 ‘텅장’이라고 한다는데, 제 월급통장은 지금 ‘월급 텅장’입니다.
이유가 궁금하시죠?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은 매년 직장인에게 ‘월급고개’ 경험을 묻습니다. 월급고개란 다음 급여일 전에 월급을 다 써버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보릿고개에 빗댄 말입니다.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해 6월 직장인 4명 중 3명은 월급고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 미혼보다는 기혼, 기혼 중에는 외벌이보다 맞벌이가 월급고개를 더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응답자들은 평균 17일이면 월급이 바닥난다고 했습니다. 2014년 응답에서는 평균 12일이었죠.
월급고개를 겪는 이유는 매년 비슷합니다. 월급이 적어서(58%, 중복응답), 물가가 비싸서(43%),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36.9%) 순이었습니다.
월급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부분은 대출금 상환(26.1%)이었습니다. 식비(16.4%), 주거비(14.2%), 자녀보육비(6.5%)가 뒤를 이었죠. 월급은 적은데 물가는 해마다 오르니 월급고개를 겪는 게 남의 일이 아닌거죠.
같은 날 오후 9시, 또 다른 문자들이 쏟아집니다. 신용카드대금, 통신비, 각종 생활비가 빠져나갔다는 알림 문자입니다. 한 달을 기다린 월급은 만 24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거의 ‘로그아웃(빈 통장)’되는 거죠.
2010년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월급에 관한 표현 중 가장 공감하는 것으로 ‘월급 빼고 다 오른다(22.9%)’를 꼽았습니다.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지나갈 뿐(19.3%), 겨우 먹고 살아가기 위한 호구지책(10.7%), 밑 빠진 독에 물 붓기(9.1%)라고 했죠.
과연 월급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고 한 달을 살 수는 없을까요?
사람인 조사에서 직장인 4명 중 3명이 월급고개를 겪었습니다. 반대로 4명 중 1명은 월급고개를 겪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비결은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체크카드 사용(43.8%), 가계부 등을 사용해 소비생활 계획하기(32.4%)였습니다.
사회 초년병 시절, 한 외국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번 것보다 한 푼이라도 덜 쓰면 행복하게 될 것이고 한 푼이라도 더 쓰면 불행하게 될 것이다. 돈을 모으는 선순환과 빚을 지는 악순환은 여기서 출발한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