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이르면 3월부터 혜택
“안녕하세요, 여론조사기관 ○○○입니다. 저희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참여해 주시면 통신비 1000원 혜택을 드립니다. 예상 소요 시간은 5분입니다. 10분 뒤에 전화드리겠습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가 휴대전화로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평소 여론조사기관에서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가 걸려오면 바로 끊어 버렸던 김 씨. 하지만 김 씨는 5분만 투자하면 된다는 생각에 10분 뒤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설문조사에 응했다.
이 가상의 사례처럼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여론조사 응답자에게 통신비 1000원 할인 혜택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김 씨처럼 여론조사 성실 응답자에게 통신비 할인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응답자에게 통신비 할인 혜택 사실을 알리기 위해 먼저 문자를 보낸 후에 전화를 걸거나, 통화를 할 때 통신비 할인부터 안내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요 비용은 여론조사기관이 부담하게 되지만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들였던 시간과 인력 등을 줄일 수 있어 최종적으론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비 할인 혜택이 주어지면 특히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활성화된다는 장점도 있다. 유선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자 중 상대적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중장년층이나 여성 등이 많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론조사기관인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앞으로 휴대전화 조사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일반 유권자들을 고르게 표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그간 여론조사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과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아 표본이 고르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통신비 할인이 이런 문제점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통신비 1000원 할인보다 더 큰 인센티브를 응답자에게 줘야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응답자의 응답 시간을 돈으로 사야 정확한 여론조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에서도 여론조사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우편, 전화, 면접 여론조사 등 조사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선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여론조사 때 20달러(약 2만3000원)를 지급하고 영국에선 10파운드(약 1만4400원)를 지급한다.